주말에만 찾아오는 남편의 19금 유혹

by 이한나

<토요일>

아이는 잠시 일이 있어 마스크를 단단히 고정한 채 현관을 나섰다.

아이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남편은 나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우리 침대 갈래?"라는 느끼한 멘트를 날린다.

'어머~ 이 남자 왜 이래? 지금 아무도 없다고 날 유혹하는 거야? 아잉 난 몰라~'

이런 생각은 단 1프로도 하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류현진이 나오는 야구 경기를 본다고 7시에 일어나 점심을 먹으니 잠이 쏟아지는 눈빛이 확실하다. 성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없는 '순도 100프로의 수면욕'이다.


과거에도 수차례 나를 침대로 유혹했다. 남편의 할리우드급 연기에 19금 행동을 상상하며 순순히 뒤따라간 나를 거칠게 눕힌 남편은 내 귀에 "잠이 든다. 잠이 든다"를 수백 번씩 속삭여댔다.

밥 먹고 눕지 말라는 우리 집 지상명령을 어기기 위해 나를 먼저 재운 뒤, 자신의 수면욕구를 성취하고자 하는 계략이었다. 이번만큼은 속지 않기 위해 나는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자려고 그러지? 자지 마라. 침대 가지 마!!!"

남편은 수면욕이 아니라 내가 상상하는 '19금'임을 강렬한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며

"안 잘 거야. 그냥 여보랑 누워있고 싶어서 그래. 진짜 안 잘게. 침대 잠깐 가면 안돼?"라며 내 손을 붙잡고 안방으로 향했다.


이성으로는 '개수작'인데 마음 한편에는 기대감을 갖고 따라간 나.

하지만 내 귀에 들린 이야기가 있었으니...


"우리 딱 30분만 자자!"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먹고 눕는 죄!

순수한 나의 마음을 농락한 죄!!!!!!!!!!!!!


"안돼! 눕지 마! 일어나! 왜 맨날 먹고 자는데??"

톡톡 쏘는 나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남편은 내 볼을 꼬집으며

"야 너 저번에 나보고 내로남불이라고 글 썼지? 너 착각하고 있는 거야. 우리 집에 진짜 내로남불은 너야.

너는 먹고 안 누워? 생리 시작 전에는 몸이 힘들어서 누워야 되고, 생리할 때는 배 아파서 누워야 되고, 배란기에는 몸이 찌뿌둥해서 누워야 되고! 맨날 지 누울 때는 이유가 있으니까 괜찮대. 그게 내로남불인 거야! 지가 하는 건 다 되고, 우리는 다 안된대. 에이~ 나 안자! 안 잘 거야!" 라며 벌떡 일어났다.




그렇게 '말 중에 가장 빠른 말'인 '주말'의 반토막 토요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월요일 출근할 걱정으로 가장 초조해지는 일요일 저녁이었다.

배 두드리며 실컷 저녁을 먹고 나니... 이상하게 내 눈은 점점 무거워졌다.

토요일 침대 사건이 번뜩 떠올랐던 나는 남편의 눈치를 보며

'안돼!!!!!!!!!! 내가 잠들면 남편이 날 가만두지 않겠지?'라는 초조한 마음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대며 쏟아지는 졸음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과의 싸움에서 패배를 예감한 나는 마음속으로 속삭여댔다.


'난 하루 내내 살림하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너희들은 먹기만 했잖아! 나는 잠깐 졸아도 되는 거야!'


막상 마음 편하게 자려고 마음을 먹으니... 쏟아지던 잠이 달아나버렸다.

정신이 맑아지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남편 말대로 내가 내로남불이구나... 나도 먹고 자고 싶으니 내 나름의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었어. 그리고 괜찮을 만큼의 합리화가 이뤄지니 내 행동은 로맨스가 돼버렸네... 내가 먹고 잠들면 일하느라 고생한'로맨스'요. 남편이 먹고 누우면 못된 버릇인 '불륜'이라니...'


나는 그랬다. 남과 똑같이 잘못을 해도... 늘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어필하여 내 로맨스에 동조하게 하려는 내가 있었다.

게다가 남의 이유를 들어줄 때는 '핑계'라는 단어로 묵살하던 나였다.


방금 전에도 숙제한다던 아이가 친구와 메신저를 하는 모습을 보며 '성실하지 못함', ' 집중력 부재'로 아이의 행동을 정의했던 나였다.

아이는 속상한 표정으로 "친구가 너무 속상해해서... 말을 안 들어줄 수가 없었어."라고 나에게 말했다...


아이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각자의 삶은 '로맨스'다.

그 로맨스의 삶을 내가 감히 '불륜'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나에게 로맨스는 남에게도 로맨스가 될 수 있다는 것...

상대의 마음에 공감조차 해보지 않은 채 나의 목소리만을 질러댔던 나를 반성하며 '남편의 19금 유혹'에 다르게 반응해보고 싶다.


"여보~ 졸리구나~ 밥 먹으니까 졸리지? 회사에서도 맨날 졸릴 텐데... 일하느라 얼마나 힘들꼬~~~

나는 집에서 쉬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쉬는데... 여보 너무 안쓰럽다...

그래도 소화 안되고 자면 일어나서 힘들어하니까~ 조금 TV 보다가 자는 건 어때? 한 시간 뒤에 내가 침대로 유혹해줄게."


남편은 분명 '유혹'이란 단어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지 않을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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