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육아, 남들도 다 하는거 아니야?

by 희경 Feb 15. 2025

2개월이 갓 지난 아이를 키우는 지금, 육아는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었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혼자 신생아를 키우는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것만 같은데, 아직도 목적지는 흐릿한데 숨이 차오른 상태에서 계속해서 달리는 것만 같다.


아이가 잘 때 남편과 같이 넷플릭스에 올라온 코미디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 제목은 <임신입니다만?>이라는 미국 영화였다. 극 중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하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왜 여자들은 다 얘기해주지 않죠? 출산하다가 피가 멈추지 않아서 죽을 뻔했어요. 그리곤 아이를 낳자마자 준비도 없이 엄마가 되죠.

- 임신입니다만 중에서 -


뱃속에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고 있었어도,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온 지 60일이 지났어도, 아직도 나는 내가 엄마인 게 믿기지 않는다. 젖병으로 분유를 먹이고 있으면서도 젖병 공기를 빼야 아이가 배앓이를 덜 하는 걸 이제야 알기도 하고, 갑자기 아이가 분유를 적게 먹거나 대변을 보지 않으면 그 하루의 몇 시간 동안 지난 60일의 기록을 되짚으며 넓은 진흙바닥에서 진주를 찾는 것 마냥 허우적 대고 있다.


이런 것도 모르고 아이를 낳았냐고? 알고 낳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럼에도 배 아파서 낳은 내 자식이니 나라는 존재는 저 편에 두고 책임감으로 무장한 채 아이를 볼 수밖에 없다. 분유를 다 먹지 못하고 혀로 젖병을 밀어내는 아이에게 젖병을 밀어 넣어 보기도 하고, 다른 젖병으로 바꾸기도 하고 달래도 보지만 아이는 요지부동이다.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는 데도 내 맘 처럼 되지 않을 때마다 계속해서 좌절감을 느끼고 감정이 쌓인다. 그리고 아이가 잠에 들고 나서야 조용히 눈물을 닦는다.


출산 전 주변에 아이 키우는 친구들이 힘들다고 얘기했을 때 단순히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육아를 직접 해보니 마음의 체력이 더 중요했다. 아이의 하루는 나의 세상이고, 내가 해주는 것이 아이가 경험하는 것이 전부다.(성장할수록 나의 세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배워가겠지만..) 지금은 젖병 공기를 빼야 하는 방법도, 잠을 재우는 법도, 놀아주는 법 모두 부모가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부담감이 아침마다 나를 무겁게 짓눌러온다.


이렇게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뜯는 순간에도 아이는 성장하고 있다. 아이는 모든 게 처음이라 비교할 또 다른 부모가 없는 게 다행인지도…? ㅠ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