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의 첫 번째 표현
"사랑이란 게 뭘까요?"
그녀답지 않은 물음이다.
아니 최소한, 여자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이 남자에게 물어선 안 됐다.
남자의 호의를 받아들이려는 걸까?
"사랑이란 용인이라고 생각해요."
남자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작은 균열. 남자는 여자가 틈을 보였다고 생각했다.
"용인? 왜 사랑이 용인이죠?"
남자는 생각했다.
누구든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함에도 헤어지는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들은 왜 헤어져야 했는가.
"사랑이 깨지는 순간은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순간도 되지만
대부분은 사랑하지만 어떤 걸 견뎌낼 수 없을 때 깨지는 거 같아서요.
그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걸 포함해서."
"아... "
그랬을까. 서로 견뎌낼 수 없었던 걸까.
아니 내가 견뎌낼 수 없었던 걸까.
하지만 부족하다. 그리고 변명하고 싶었다.
"그 말은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한 것 같아요."
"어째서 그렇죠?"
여자는 선언하듯 말했다.
"싫어하는 걸 견뎌 낼 수 있다고 사랑은 아니니까."
여자는 싫은 것을 견뎌내는 것이 사랑이 아니었다.
여자에게 사랑은 좀 더 이상적인 것이었으니까.
"음... 이런 말이 있어요.
사랑은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을 안 하는 것이라고."
남자는 속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곁에 있는 것일 것.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곁에 있어주는 것.
지금처럼.
"에이ㅡ 그건 말이 안 되죠.
그럼 짝사랑이 최고의 사랑이게요?"
"짝사랑은 가장 완벽한 사랑이란 말도 있어요."
자신은 지금 완벽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여자는 괜한 심술이 부리고 싶어졌다.
"아하하하하 그게 무슨 사랑이에요. 그렇담 난 모든 것을 사랑하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을래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싫어하는 것도 하나도 하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럼 난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겠네?"
남자는 여자의 억지에 기가 찼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어딨어요."
"..."
"진짜 아무것도 안 하려고요?"
"..."
남자는 대답이 없는 여자에게 문뜩 입맞춤을 하고 싶어졌다.
이런 점까지 사랑스럽다.
하지만 오히려 화가 난 것처럼 말한다.
"이봐요, 무관심은 사랑이 아니라고!"
"..."
여자는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남자가 졌다고 말해야 한다.
"하아~ 제가 졌어요."
여자는 남자의 항복선언이 좋았다. 즐겁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여전히 궁금하다.
아니 실은, 남자가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 사랑이 뭔데요?"
남자는 생각했다.
이 억지를 받아주고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남자는 슬쩍 고개를 돌리며 이야기했다. 마치 고백처럼.
"... 이게 사랑이지 뭐람?"
여자는 얼이 빠졌다.
"... 네?"
남자는 여자의 당황스러움을 눈치챘지만, 민망해하도록 두었다.
여자는 깨달았다. 자신이 준 틈을 남자는 잘 이용했을 뿐이라는 걸.
남자는 자신의 억지를 용인했고, 자신은 그런 남자를 용인했다.
남자는 가벼운 잽이었지만, 여자는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남자의 판정승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