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여지껏 살게 하는 것은 오로지 스쿠버 다이빙뿐이다.
나는 늘 떠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에 정착되고 싶었다. 바다의 자유로움을 갈망하면서도 조류를 만난 울렁거림에 속이 매스꺼웠다. 겨우 겨우 육지에 발을 붙여도 항상 불안감에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편히 숨을 쉬고 싶을 뿐이었는데 자주 헐떡이는 일상을 기어코 살아냈다. 차라리 숨 막혀 죽어버리고 싶다가도 바다에서는 오롯이 내 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음 편히 숨을 의식하는 순간. 그제서야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가 고갈될 때까지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바다로, 깊은 바다로,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고 싶었다. 기어코 나에게 보조 호흡기를 물려줄 버디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고, 같은 수심에서 나를 안정시켜주던 동료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삶의 중력이 무척이나 무거워서 중력에서 자유로운 바다로 물속으로 사라지고 싶을 뿐이었다. 그곳에서는 울어도, 눈물과 바다가 섞일 테니까. 나는 바다가 될 수 있겠지 생각했다.
바닷속에서는 우영우가 사랑하는 고래를 볼 수 있다. 그곳에서 고래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고 한다. 바다를 붙잡고 살다 보면 나도 언젠가 고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만나야 하는 존재는 만나게 되어있으니까. 나를 여지껏 살게 하는 것은 바다, 그곳에서 아직 만나지 못한 수많은 살아있는 생명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