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 발만 풍덩ㅡ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합시다.
다이빙 자격증을 땄을 때 가장 무서웠던 것은 '입수'였다. 배에서 바다로 풍ㅡ덩.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되는데 매번 어렵고 망설여졌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수영도 못하는 나에게 여전히 물은 무섭고, 어두운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바닥도 보이지 않는 바다로 기다렸다는 듯이 신나서 풍덩풍덩 잘만 입수하던데, 정작 나는 배 위에서 심호흡만 수십 번을 해야 겨우겨우 바다로 뛸 수 있었다.
매번 망설이는 나를 보며 친구가 한 말이 있다.
"바다가 무섭다고? 야, 일단 뛰어. 어차피 무서운 건 사라지지 않아. 뛰어내리는 순간에는 아무 생각 안 들걸? 뛰고 나서야 어라? 뛰었네? 이러겠지. 뛰어내리고 바다로 입수할지, 포기하고 다시 배로 올라올지 그때 결정해도 돼. 네가 다이빙 포기하고 다시 배로 올라간다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두려워 망설이다 보면, 두 개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다이빙 기회와 다이빙을 포기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앞으로 한 발짝, 눈 딱 감고 발만 내디디면 그만이다. 발을 내딛지 않으면 평생 뛰어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포기할지 말지 결정은 뛰어내린 뒤 나중에 하면 된다.
장담컨대 일단, 바다로 뛰어내리면 절대 다시 배 위로 올라갈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빨리 바다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만 한가득. 이제는 언제 포인트에 도착하나 빨리 입수하고 싶다는 기대감만 한가득, 도착하자마자 "먼저 갈게요" 하고 풍ㅡ덩 뛰어든다. 두려움 따위 무서움 따위 오래전에 갖다 버린 채 오늘의 다이빙은 어떨까, 어떤 물고기를 만날 수 있을까 반짝이는 마음만 가득이다.
낭실낭실 바닷속 경이로운 세상은 딱 한 발만, 눈 감고 내 디디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