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마시지 않고, 모르는 사람들과 몇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다이버들은 반짝인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보다 더 반짝인다. 다이빙을 마치면 다이버들은 물속 세상을 반짝이며 내뱉는다.
“거북이 봤어요? 문어도 있었어요!”
어린 시절, 교실 앞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장래희망을 발표하던 친구들의 순수하고, 반짝이는 눈빛. 어쩜 저렇게 두 눈 반짝이도록 이야기할 수 있을까. 너무 오랜만에 보는 눈빛에 오히려 의문을 갖게 되는 그런 맑고 순수하고, 빛나는 사람들을 매번 다이빙에서 만난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화가가 될 거야. 대통령이 될 거야. 우주비행사가 될 거야.’ 자신의 꿈을 발표하던 그때 그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
화가도, 대통령도, 우주비행사도 되지 못했지만, 크고 찬란하고 반짝이던 어린 시절 꿈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진 채로 사회인이 되어버렸지만, 하루 다이빙 끝나고 저녁에 술 한 잔이면, 다이버는 모두가 친구가 된다. 함께 배를 타고 다이빙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팀에게 건네주는 고기 한 접시. 답례로 돌려주는 과일 안주 한 접시. 결국 어느 팀 할 것 없이 테이블이 합쳐지고, 또 다시 반짝이며 빛나는 다이빙 이야기들이 늦은 밤까지 안주로 깔린다. 무슨 일을 하는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어디에 사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오늘 하루 함께 다이빙을 한 “ㅇㅇㅇ다이버님”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새벽에 깨지 않고 푹 잠들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꾼 적이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자정까지 운동을 했다. 내 생에 가장 건강했지만, 그만큼 피폐했던 날들이었고, 잠들지 못하는 날이 가득했다. 바다를 만나고 ‘아민 다이버님’이 된 지금, 잠들지 못하는 날이 언제였는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다이빙 끝 맥주 한 잔과 반짝이는 사람들과 함께, 오늘도 잘 자ㅡ 그리고 내일 또 바다에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