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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Oct 02. 2022

삶에도 안전 정지가 필요해

스쿠버다이빙, 멍 ㅡ 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

안전 정지는 다이버가 수면으로 출수하기 전 수심 5m 깊이에서 3분가량 몸에 쌓인 질소를 밖으로 배출하는 시간이다. 스쿠버다이빙에서 안전 정지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3분, 그 짧은 시간이 다이버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심 5m에서 안전 정지 3분 하고 올라갈게요!"


안전 정지는 별거 없다. 3분 동안 5m 수심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 바닷속 구경은 이미 충분히 했으니 제대로 멍ㅡ만 때리면 된다. 햇볕에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만 봐도, 헤엄치는 물고기나, 물결에 살랑이는 해초를 바라만 봐도 좋다(너무 오래 보면 멀미가 올 수도 있으니 조심). 내 숨소리에만 집중해 봐도 참 좋다. 바다에서 멍 때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내가 안전 정지 시간을 좋아하는 이유다.


물속에서는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 물고기는 이름이 뭐지?', '시야가 좋다.', '수온이 높다. 낮다.' 등 직관적인 생각만 들 뿐이다. 물속에서는 의사소통도 수신호로 하기 때문에 오해하거나 곡해하는 경우도 없다. 괜찮으면 괜찮다. 이상하면 이상하다. 있는 그대로 의사를 표현하고 이해할 뿐이다. 


일상은 종종 피곤하다. 생각을 비워내려 해도 비울 수 없을 때도 많고, 오해와 곡해로 의도치 않게 감정이 상할 때도 있다.  


5m 안전 정지 3분, 몸속에 쌓인 질소를 배출하는 그 짧은 멈춤이 다이버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일상에서도 쌓여버린 피곤함을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는 안전 정지 시간이 필요하다. 오롯이 멍ㅡ때릴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의도적으로 멈춘 그 짧은 시간으로 우리는 다시 안전하게 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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