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약하고 우연한 유대관계를 통해 기회를 얻는다.
약한 유대관계가 선물해 준 깊고 행복한 세상.
우리는 약하고 우연한 유대관계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선물 받는다.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내가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하고, 내 작은 세계를 무한히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택이는 제주도에서 처음 만났다. 메뉴 하나씩 사 와서 저녁을 나눠먹는 게스트하우스의 포틀럭 파티에서였다. 생일만큼은 낯선 곳에서 낯선 날로 보내고 싶었다. 그래도 케이크 하나쯤은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오늘 저녁에는 케이크를 하나 사 오겠다 사장님께 한 말을 택이가 우연히 들었다.
"케이크는 제가 사 올게요. 와인 한 병 사 올래요? 생일 케이크는 스스로 사는 게 아니래요."
그날 저녁, 사장님의 미역국과 택이의 케이크와 내가 사 온 와인으로 작은 생일 파티가 열렸다. 내가 택이와 번호를 교환했던가? 해가 지나고 나서야 닿게 된 택이의 쌩뚱맞은 연락의 목적은 스쿠버 다이빙이었다. 물에 빠질 뻔했던 적이 세 번? 네 번?이었던가. 워터파크는 커녕 깊은 바다 사진을 보면 숨이 턱 막히는 내게 스쿠버 다이빙을 권한다니. 약한 유대관계, 우연한 만남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제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타이밍 좋게 퇴사를 하고 쉬고 있었다. 번아웃 무기력증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하루하루를 식물처럼 지내고 있을 때였다. 가고픈 곳은 없었지만, 억지로 일으켜줄 계기가 필요했었다. 그 계기가 우연한 타이밍의 어이없는 택이의 제안이었다. 택이가 아니었다면, 심각한 물 공포증을 가진 내가 스쿠버다이빙을 한 번이라도 해봤을까.
요즘 내가 가는 모든 여행은 스쿠버다이빙 목적이다. 함께 술자리를 갖는 사람들도 다이빙하는 사람들이며, 클라이밍 같이 하는 사람들도, 차 사고가 났을 때도 발 벗고 도와주던 사람들도 모두 다이빙하는 사람들이었다.
약하고 우연한 계기, 그저 스쿠버 다이빙이 좋다는 이유로 만난 우리, 그러니까 적절히 가볍게 오래오래 함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