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7월 28일 (일)
2024년 7월 28일 일요일 오전 11시 20분 인천 출발이라 새벽에 동래역 앞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동부하나리무진 버스를 예약하였다. 새벽 00시 30분에 동래역 세연정 앞에서 출발, 10분 전 도착하라 하여 시간 맞춰 나갔다. 조금 더 늦게 출발하는 버스나 기차를 타도 되지만 자다가 일어나서 새벽에 나가는 것보다는 아예 토요일 밤에 자지 않고 바로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가는 동안 푹 자리라.
싸놓은 캐리어를 끌고 나가려는 순간 바퀴가 고장 나서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순간 당황하였지만 얼른 새 캐리어에 짐을 다시 담았다. 새로 산 캐리어가 너무 큰 것 같아 원래 쓰던 작은 걸 가져가려 했는데, 바꿀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큰 캐리어를 가져간 게 오히려 더 나았다.)
드디어 출발이다. 우등 버스는 널찍하니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안대를 끼고 푹 자다 어느덧 (어딘지 모를) 휴게소에 정차하였다. 화장실에서 지현언니가 나를 다급하게 불렀다. 같이 근무하는 허**을 거기서 만난 것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미국 여행을 가기 위해 우리와 같은 공항행 리무진 버스를 탄 것이다. 어딘가 여행을 가면 꼭 아는 사람을 만난다. 2019년 사인방과 함께 태국 여행 갔을 때도 대학 동기 애옥이, 은아, 시현이를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조식 먹다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는 사람을 만났네.
새벽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먼저 화장실에 들렀다 밥을 먹고 미리 예약해 두었던 유심카드를 찾았다. 카운터 오픈과 동시에 체크인을 하였다. 우리는 오늘 폴란드 항공을 타고 바르샤바 경유 베를린으로 입국하기로 되어 있어 비행기 티켓 2매를 받고 수하물을 보낸 후 출국장으로 들어가 출국 심사를 받았다. 출국장 내 면세품 인도장에서 온라인으로 구입한 물품도 받고 면세점 구경도 하였다. 면세점 어느 작은 무대에서 국악 연주회도 열리고 있어 잠시 구경하였다. 커피와 간식을 구매하고 탑승구 앞에서 대기하였다.
출발시간이 되어 여행객들은 탑승구 앞으로 줄을 섰다. 출발이 지연된다는 방송이 나와 다시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 시작한 것이 3시간을 넘길 줄은 아무도 몰랐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허기를 달랬다. 항공기 무게 조정으로 출발이 지연된다는데, 오버부킹 때문인 것 같다.
11시 20분 출발인데 2시 20분이 넘어 탑승이 시작되었다. 탑승이 완료된 후에도 비행기는 이륙하지 않고 한 시간 넘게 비행기 안에서 대기하였다. 지루한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출발. 3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비행기 안에서는 더 지루한 시간을 더 길게 견뎌야 한다(약 12시간 55분이다). 영화를 보려니 언어가 맞지 않다. 읽을 책도 마땅히 없다. 음악을 들으며 잠이나 자자.
지현언니는 면세점에서 양주를 사려다 가격 확인만 하고 사지 않았는데, 기내 면세점이 더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하나 주문했다. 물론 승무원과의 의사소통은 내가 담당하였다.
우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비행기 환승을 해야 한다. 원래 환승대기 시간은 3시간 정도로 여유가 있었는데, 출발이 4시간 넘게 지연된 바람에 베를린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연결편 지연으로 인해 베를린행 비행기 출발 시각도 늦춰져서 비행기 내린 후 바로 환승하면 충분히 연결편을 탑승할 수 있을 거라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더불어 내린 후 보안검색대도 통과하고 출국심사를 받고 바로 환승 비행기 탑승구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바르샤바 공항 도착 후 우리는 승무원이 안내해 준 대로 베를린행 비행기 탑승구를 찾아갔다. 우리가 탄 비행기에는 베를린행 비행기를 탈 승객들과 코펜하겐으로 갈 승객들이 있어 폴란드항공 직원들이 나와 몇 번 탑승구로 가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베를린행 비행기를 타고 1시간 20여분이 지난 후 베를린 공항 도착. 하지만 또 한 번의 시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하물 찾는 곳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 짐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이 베를린행 환승 비행기를 탔던 승객들 모두 짐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뛰어가서 환승을 하였지만, 우리 짐은 환승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또 한 번의 멘붕. 폴란드 항공 안내데스크에 갔더니 사람은 없고 공항 직원은 큐알코드를 찍어 신고서를 작성하라 하였다.
그 사이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줄 운전기사는 밖에 와서 대기 중이라고 전화가 왔다. 짐을 찾고 있다고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사태 수습을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탄 아가씨가 핸드폰으로 수하물 분실 신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따라 해 보려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였다. 운전기사는 또 한 번 전화를 걸어 언제 나오느냐 물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신고서는 호텔 가서 작성하기로 하고 일단 밖으로 나와 운전기사를 만났다. 기사는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추가 요금을 달라 했다. 35유로를 추가 요금으로 주고 무사히 호텔에 도착하였다. 짐도 없이.
새벽 1시가 넘어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왔으나 아직 잘 수가 없다. 물론 잠도 오지 않는다. 호텔 와이파이에 접속하여 큐알 코드를 찍어 수하물 분실 신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간단하지 않았다. 나의 신고서 작성 후 이번엔 지현언니와 소진언니에게 작성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알려주어야 했다. 그다음으로는 윤지 것까지. 신고서를 작성한 후에는 유심을 갈아 끼웠다.
호텔 욕실에 샤워 워시와 샴푸가 있어 샤워를 하였지만 짐이 없었기에 갈아입을 옷도 없고 배낭에 들어있던 간단한 화장품을 바르고 불편한 바지를 벗고 잤다.
엄청나게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