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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1일 알렉산더광장, 베를린돔

[DAY 2] 7월 29일 (월)

by 채숙경

몇 시간이나 잤을까? 시차 적응이 덜 된 탓도 있겠지만 일찍 깼다. 짐이 오지 않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오늘은 짐이 오겠지 생각하고 아침을 시작하였다.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베를린에서 묵은 호텔은 알렉산더 광장 근처에 있는 햄프턴 바이 힐튼 베를린 시티 센터 알렉산더플라츠로 4성급 호텔이다. (호텔이름이 엄청 길다.) 레스토랑에는 각종 음식과 과일이 풍부하게 있고 인테리어도 꽤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이다. 이곳에서 4박을 할 예정이다. 새벽에 도착하여 1박을 했으니 이제 3박 남았다.

맛있는 음식이 많아 아침부터 과식을 했다. 특히 과일이 많이 있어 맘에 들었다. 아직 먹어보지 못한 서양배가 있어 맛을 보았다. 예전에 서양배는 우리나라 배보다 맛이 없다고 들은 것 같은데, 먹어보니 완전 틀린 말이다. 엄청 달고 맛있었다. 배불리 아침을 먹고 오늘 일정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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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일정을 시작하기 전 호텔 근처 Netto라는 슈퍼마켓에 들렀다. 칫솔과 치약, 속옷 등 필요한 것들을 사기 위함이다. 엄청 큰 마트는 아니지만 웬만한 건 다 있어 오며 가며 들러 물과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칫솔, 치약, 생수 등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속옷(팬티)을 찾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뚱뚱한 할머니가 입을 것 같은 엄청 큰 하얀색 면팬티들 뿐이었다. 이렇게 큰 것을 어떻게 입지? 우리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팬티를 본 이후로 지나가는 여성의 엉덩이만 보였다. 그리고 팬티가 그렇게 클 수밖에 없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한테 맞는 것을 찾을 수 없어 나중에 다른 곳에서 사기로 하고 마트를 나섰다. 처음으로 충전해 온 트래블 카드로 결제도 해 보았다. 오케이~ 잘 된다. 렛츠고!


처음으로 간 곳은 알렉산더 광장이다. 알렉산더플라츠 지하철역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예쁜 식당과 정원, 분수가 있는 넓은 광장이다. 알렉산더플라츠 기차역도 있다. 전 세계의 시간을 알 수 있는 만국시계도 있고 베를린의 랜드마크 TV타워도 있다. 아담한 크기의 마리아 교회도 있고 붉은 시청 건물이 눈에 띄었다.


성 마리아 교회는 13세기 경 건축을 시작하여 완공된 교회로, 고딕 양식을 기반으로 설립되었다. 지붕과 첨탑은 바로크 양식과 신고딕 돔 양식으로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되었다. 교회 내부의 벽에는 ‘죽음의 무도’라는 프레스코화가 있다는데, 내부에 한 번 들어가 볼 걸 그랬다.


마리아 교회 앞에는 1891년에 만들어진 넵튠(포세이돈) 분수가 있다. 원래 호엔촐레른 궁 앞에 있던 것을 1969년 이 자리로 옮겨 왔다고 한다. 로마 신화의 바다의 신 넵튠이 가운데에 있고 주위에 각종 동물과 네 명의 여인이 있다. 이 네 명의 여인은 분수가 만들어질 당시 프러시아에 흐르던 네 개의 강 엘베, 라인, 비스와 오더를 상징한다고 한다. 여인의 가슴을 얼마나 만졌는지 반질반질하다. 분수 주변 장미정원이 광장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분수를 중심으로 마리아 교회 반대쪽에는 붉은 외관과 프랑스 라온 대성당을 본뜬 시계탑이 인상적인 붉은 시청사가 있다. 1860년대에 세워진 건물로 동베를린의 관공서로, 현재는 통일 베를린시의 제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빨간 카펫을 밟고 계단을 올라가니 시청이 아니라 궁궐이나 미술관인 것 같았다.


20240729_112111.jpg 베를린 TV타워와 세계만국시계
20240729_113728.jpg 성 마리아 교회
20240729_114046.jpg 넵튠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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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_120328.jpg 베를린 붉은 시청사


시청 뒤로 뾰족한 첨탑이 보인다. 니콜라이 교회다. 이 교회는 성 마리아 교회와 함께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꼽힌다. 원래 로마 가톨릭 성당이었으나 종교 개혁 이후 루터파의 개신교 교회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으나 1984년 재건축되면서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 혼재한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유료다.


니콜라이 지구는 카페, 기념품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거리도 예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지현언니가 주로 내 사진을 찍어 줬는데, 사진이 좀 별로다. 여행 내내 사진을 이렇게 찍는다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았다. 나도 사진 잘 찍는 법은 모르지만 하늘 많이, 땅 조금, 뒤에 배경을 예쁘게 넣어서 등 요구 사항을 얘기하였다. 예시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찍어달라고 하였다. 훨씬 나았다. 다행이다.


벌써 점심시간이다. 이곳에서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꾸며 놓은 작은 카페에 들러 커피와 간식을 먹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 점심은 이걸로 때워도 될 것 같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아메리카노는 이곳에서 카페 크림을 주문하면 된다. 에스프레소 잔보다 조금 더 큰 커피잔에 내주었다. 커피는 고소하면서 꽤 맛있었는데, 양이 감질났다.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의 큰 머그컵 커피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양이 너무 적은 듯했다. (이때만 해도 윤지가 얼마나 대식가인지, 이 정도 점심으로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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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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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서 슈프레강을 만났다. 강을 따라 많은 유람선이 떠다녔다. 우리는 이 강을 따라 걸어서 베를린 대성당으로 갔다.

베를린 대성당베를린 돔이라 불리며, 바로크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이 섞인 높이 133m의 웅장한 건축물이다. 황제를 배출한 호엔촐레른 왕가의 묘지로 만들어져 지하에 왕가의 무덤이 있으며 성당 한편에 프리드리히 3세 황제의 관이 놓여 있다. 예수의 일생을 표현한 스테인드 글라스, 화려한 프레스코화와 조각이 돋보이는 돔 내부 천장과 함께 7269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독일 최대 크기의 오르간을 볼 수 있다.

오르간이 이렇게 클 수 있나? 내부의 장식은 어쩜 이리 화려한가? 신부님 설교대는 성베드로 성당의 그것만큼 화려한 것 같았다. 돔천장의 천장화는 금박 무늬와 함께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고개를 들고 계속 천장을 보려니 목이 아플 지경이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성당 내부를 관람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혹은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교회 내부를 한 바퀴 돌면서 동영상 촬영을 하였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대성당 꼭대기에서 베를린 시내의 전망을 볼 수 있다. 사실 이곳 전망대에 올라갈 거라 TV타워는 패스하였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하늘이 정말 깨끗하고 맑았으며 저 멀리 지평선 따라 베를린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높은 건물이나 산이 거의 없는 베를린이 아담하게 느껴졌다.


20240729_133644.jpg 베를린 구 박물관
20240729_133545.jpg 베를린 대성당 (베를린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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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_142023.jpg 베를린 박물관 섬


훔볼트 포룸, 페르가몬 박물관 등 박물관 섬에 있는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곳에서는 베를린 대성당만 입장하고 다른 곳은 눈으로 보고 지나갔다.


베를린 시내 도로는 차도보다 인도가 훨씬 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전거 도로도 엄청 잘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였다. 아침에 호텔을 나올 때도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차도도 편도 3차로 정도인데, 차가 많이 없어 길이 막히지도 않았다. 곧게 뻗은 넓은 인도로 미세먼지 없이 걸을 수 있는 도로가 마음에 들었다.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니 운터덴린덴 거리 한복판에 있는 훔볼트 대학교를 만났다. 베를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학교라고 한다. 훔볼트 대학교는 베를린 대학교, 베를린 프리드리히 빌헬름 대학교로 교명이 변경되었다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동독 지역에 속하면서 대학 건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훔볼트 형제를 기념하여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로 명칭을 바꾸었다.

대학 정문 앞에 벼룩시장이 열렸다. 평범한 오래된 책, 우표 같은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교내 중앙홀 내부 1층에 있는 대학 기념품점에 가보려 했는데, 문을 닫았다. 정문을 열고 들어오니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벽에 금박을 새겨진 문구가 있는데, 이 대학 졸업생인 마르크스의 명언이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멋져 보인다. 나중에 찾아보니 “철학자들은 세계를 여러 가지로 해석해 왔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통일 후 과거 청산이라며 철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대로 보존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이 대학 교수로 재직하였고,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대학 복도를 따라 구경하다 화장실도 이용하고 본관 뒤편 정원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하였다.


꿀 같은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 호텔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2~30분 정도 걸으면 될 것 같아 천천히 걷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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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_150931.jpg 훔볼트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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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볼트 대학교 앞 벼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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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사지 못했던 속옷을 사기 위해 알렉산더광장 근처에 있는 Alexa라는 큰 쇼핑몰에 갔다. 의류 매장도 많고 엄청 큰 쇼핑몰이었다. 안내도를 보고 각 층을 스캔하면서 속옷 가게를 둘러보았다. 여기 속옷 가게들은 주로 젊은 아가씨들이 입을 것 같은 작은 속옷들이 많았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T팬티 같은 것들이라 선뜻 살 수가 없었다. 결국 속옷은 못 사고 양말과 잘 때 입을 만한 티셔츠와 반바지만 사고 돌아 나왔다.


호텔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어디서 먹지? 점점 호텔이 가까워져 온다.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는다. 알렉산더 광장 근처에서 구글 지도를 열어 추천 식당을 검색해 보았다. 아침에 호텔에서 나올 때 보았던 피자집이 보였다. 호텔로 가는 길이니 거기로 갈까? 다들 그러자고 한다. 피자와 파스타, 소고기 리소토 같은 것을 시켰는데 별 맛이 없다.

식사 도중 잊고 있었던 지연된 수하물 얘기가 나왔다. 소진언니는 캐리어 찾으러 공항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며 얘기를 꺼냈다.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면서 내가 너무 안일하게 있었나? 오늘 공항에 가봤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급 걱정이 몰려왔다. 저녁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나 검색해 보았다. 공항 전화번호도 캡처해 두었다. 우리 여행사에도 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하였다.

호텔에 와서 로비에 있는 직원에게 공항으로 전화를 해 달라 부탁하였다. 자동응답으로 뭐라 뭐라 하는데 연결은 되지 않고 뭘 눌러야 할지 몰랐서였다. 서머타임으로 공항업무는 오후 5시에 종료되어 내일 아침 8시에 다시 전화해 보라고 하였다.

이날 밤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조금 기다리면 호텔로 가방이 올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자라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우리 가방 무사히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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