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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rr Mar 26. 2024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이 좋아하는 것

자아의 가치와 시장의 경제

세상에 수많은 책이 있고 브랜드나 마케팅이나 브랜드마케팅을 다 하나로 말하는 책들이 많지만, 결국 읽어보면 궁극적으로 하는 말들은 다릅니다. 특히나 브랜드에 관한 책에서 말하는 메시지와 마케팅에 관한 책에서 말하는 메시지는 크게 다른 것 같아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유난히 장기적인 가치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고,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시장의 크기나 수익성에 대해서 외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단기적인 매출을 추구하는 것은 점점 더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 같고요. 다양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는 이 가치와 매출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과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으로 대치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실체화해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을 브랜드라는 곳에 모아놓는 형태로요.




성공한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을 보면 늘 좋아하는 것을 쫓다 보니 브랜드가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흔히 많이 읽는 롱블랙 같은 콘텐츠에서도 그렇고 다양한 인터뷰에서도 그렇고요. 성과나 숫자보다는 당장 매출이 안 나더라도 스스로의 주관을 굽히지 않다 보니 성공하게 되었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도 많고, 그러면서 힘든 브랜드의 첫 시작을 밟아나갔다는 성공스토리는 어쩌면 익숙할 정도입니다.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버젓이 성공한 사람들을 보노라면 신념은 결국 승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 성공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계속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 슬로건과 그것에 공감하는, 감동(감격이 아니라도)한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고 코어 한 소비자층이 됩니다. 그중 폭발적인 포텐셜을 가진 사람을 통해 브랜드가 갑작스럽게 확장되기도 하죠. 아무튼 이런 브랜드는 그 제품의 편의성이나 필수성이 아니어도 나를 표현하거나 비슷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는 개념 아래 '정서'의 질을 높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늘 그런 브랜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생필품이나 그것들을 구매하는 플랫폼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 소비자의 삶에 침투해 '삶'의 질을 높이는 브랜드들이 그렇습니다. 큰 브랜드 가치나 슬로건, 커뮤니티가 딱히 필요 없습니다. 쉽게는 쿠팡이 그럴 수 있고, 같은 생필품을 팔더라도 크리넥스 같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특정 브랜드를 지칭하는 건, 그 브랜드가 어떤 대표성을 띄기보다는 같은 생필품 카테고리더라도 앞서 말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브랜드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시장에서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가격과 질, 유통경로(접점의 양)로 시장성을 승부합니다. 그래서 규모의 경제 같은 게 큰 무기가 되기도 하고요. 




궁극적으로 그 둘이 교차하는 지점은 돈일 것입니다. 누군가가 사이드프로젝트로 작게 하는 브랜딩 말고,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작용하는 브랜드라고 하면 결국은 돈을 벌어야 하고 소비자와 공급자의 순환이 있어야 하니까요. 어찌 됐든 궁극적으로 '돈을 버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둘 중에 뭐가 정답이라고 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돈을 버는 게 맞지 않나라고 생각했는데, 쉬운 길을 피하고 스스로의 주관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비효율적인 모습이 이 세상을 다채롭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 후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브랜드를 눈여겨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사실 옆에 있는 친구 한 명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줘도 그렇게 행복한데, 그런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 잔뜩 모인다면 그 또한 얼마나 기쁠까요. 그런 데서 많은 브랜드들이 빛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건 방향성이 달라지면 하는 행태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최선의 길이 있다는 전제 하에 우리는 내 브랜드가 어떤 형태를 띠는지 보고, 어떤 행태로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얻을 수 있겠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든,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하든 꼭 그 길의 끝이 성공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또 내가 생각했을 때 "이건 너무 쪼들리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게 길일 수 있고, "이건 너무 미련하지 않나" 싶을 때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 우리는 그 주관을 각자의 삶에 두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꾸준히 내가 그리는 궁극적인 그림이 무엇인지 보고 지금이 그것과 가까워지고 있는지 봐야 하듯이요. 삶도, 브랜드도, 성공과 실패는 그 누구도 정의해주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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