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울연 Aug 27. 2019

단골 빵집

소울 브레드, 슬로 라이프




 우면동으로 출근을 할 때면 자주 가는 단골 빵집이 있다. 평소에도 빵집부터 찾아다녔기에, 이곳을 알게 되고 자주 들락날락거린지는 1년이 넘었지만 3대 빵 맛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소울 브레드


바로 그 빵집의 상호명이다. 아파트 내에 크지 않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빵집은 ‘소울 브레드’라는 이름까지 내 취향이다. 마치 백설공주의 일곱 난쟁이 집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빵집이다.


소울 브레드의 빵들
빵집 밖 전경

그동안 사 먹은 빵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이 장소에서 느끼는 차분한 감정들이 쌓여갔다. 점심을 정말 간단하게 먹는 편인데, 뭔가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거나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면 이곳을 찾아가서 점심으로 빵을 사 먹곤 한다.



8월 27일, 오늘의 빵


그제 새벽 작업을 진행하느라 심신이 지쳐있는 오늘. 일 때문에 이틀 동안 어떤 것에도 신경 쓰기 힘든 상태였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기분 전환이 필요한 날! 점심시간, 함께 점심을 먹자는 팀원들을 뒤로하고 소울 브레드로 향했다.

빵집으로 가는 길 만발한 꽃들


회사에서부터 빵집으로 이어져 있는 뒷골목은 햇볕이 잘 드는 조용한 동네이다. 걷는 길에는 집 담장마다 꽃이 만발해 있었다. 그 길목을 천천히 걸으며 동네 전경을 구경하노라면 완벽한 내 시간이다. 따스한 햇볕이 피로한 시신경을 위로해주고, 높은 하늘이 한창 바쁘던 뇌의 회로를 잠시나마 풀어주는 시간.


얼그레이 크림치즈 바게트


그렇게 찾아가 고른 빵은 얼그레이 크림치즈 바게트이다. 사실 생크림도 넣게 되면 원래 빵의 명칭은 ‘얼그레이 생크치’이다. 생크치 종류는 굉장히 많다. 무화과 생크치, 쑥 생크치, 흑임자, 한라봉까지... 더 많다. 힘이 없는 날엔 달달한 것이 당겼다. 단순히 빵 맛뿐 아니라, 빵을 사 먹으러 빵집을 찾아가는 것부터 빵을 먹는 순간까지 일련의 과정들은 내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Slow Life


 소울 브레드의 빵 반죽은 반죽기를 사용하지 않은 무반죽 법 빵이다. 천천히 24시간 발효해 숙성시킨다.

 바쁘게 살아가더라도 나만의 공간, 잠시 쉬어 갈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빵집에 들어가면 빵의 고소한 냄새와 빵들로 조화되는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 가족 같은 공간. 더 만들어 나가고 싶다. 때로는 천천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이전글 점심시간 책 읽기 : updating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