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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님 Apr 06. 2022

06. 초라해지지 않는 법 (1)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나는 비전공 디자이너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과 아주 다른 전공을 이수했으니, 비전공이 맞다.


나는 사수 운이 지독히 없었다.

잘못된 사람을 만났다는 게 아니라, 그냥 사수가 없었다.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열정은 나를 개발자에서 디자이너로 옮겨놓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잠시 디자인을 하기 위해 회사를 구할 때 디자인 학원을 국비로 2개월 정도 다닌 적이 있었다.

UIUX를 배우기 위해서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청첩장이었는데 마크업을 이미 알고 있으니 비주얼적인 디자인을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Pinterest에서 레퍼런스를 보는 법, 오래 앉아있는 법, 디자인은 계속 파고들어야 전체적인 퀄리티가 올라간다는 것, 끝내 완성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사진과 사진을 합성할 때도 자연스럽게 하려면 그저 블렌딩 모드만 사용해서는 안된다. 적절한 가위질과 적절한 도장 툴이 필요하다. 얼마나 자세하고 세밀하게 표현을 하느냐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다.


단순한 2개월은 아니었다. 물론 지금 그때의 디자인을 보면 부끄럽다.






때는 바야흐로 아주 더운 여름이었다. 숨쉬기도 어려운 여름이었다. 디자이너로서 처음 스타트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디자인은 예쁜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 디자인에 조금 더 열심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한참 괴롭힐 때였다. 마크업을 하고, 그래도 디자인을 볼 줄 안다는 사실은 나를 '파트장'이라는 직위까지 올려다 놨고 부사수까지 생겼지만, 나는 여전히 자신이 없었고 디자인을 하면 완성도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많이 만들어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당시 컨퍼런스와 세미나, 국비 무료 수강이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갔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마크업 위주의 배움들이었고 진짜로 UIUX를 배우려면 회사를 그만두고 온전히 매달려야 하는 커리큘럼을 가진 수업이 잔뜩 있었다. (물론 그 당시 나는 디자인 사수가 없다 보니, 또 동료 디자이너가 다 신입이다 보니 강의를 찾는 법도 모르던 때였다.)

내가 가족과 같이 산다면 어느 정도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었으나 그 당시에도 나는 자취를 했었고, 그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때 회사에 편집 디자인 파트와 웹디자인 파트를 아우르는 디자인팀의 팀장님이 새로 오게 되었다. 멋진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온 팀장님은 다방면으로 경험이 있었던 분이었다. 단지 아쉬운 것은 웹디자인의 경험이 없으셨다는 것인데. 다행히도 웹디자인은 편집 디자인이라는 큰 맥락 속에 섞여있다. 레이아웃을 맞추고 레이아웃에 맞춰 디자인하고 다양한 레이아웃에 맞춰 보기 좋게 내용을 섞어 넣는다. 웹디자인이라고 해서 비주얼 디자인이 아예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화면에 맞는 디자인을 위해서 배너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표현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스스로 학원을 다니시면서 마크업을 배우시는 열정을 보여주셨다. 팀장님은 웹디자인 파트와 어울리기 위해 많은 것들을 투자한 것이다.


비록 사수도 아니었고, 웹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자체는 없었으나 그 시간이 나에게 충분한 도움이 되었으니 디자인 인생 통틀어 보자면 아예 슬펐던 것만은 아니다. 


나는 그 당시 Behance나 '플러스엑스' 같은 유명한 디자인 에이전시도 접하면서 다채로운 레퍼런스들을 볼 수 있었고, 유명한 디자이너들도 많이 소개해주셔서 그들의 디자인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디자인 자체의 실력이 많이 성장했었다. 물론 지금 보자면 여전히 그때의 디자인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횟수에 따라 기간에 따라 성장하는 디자인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재미있다.


회사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결국 디자인팀이 두명만 남았을 때(팀장님과 나) 아쉽지만 회사를 떠났다. 이유는 전 글의 내용들과 같이 디자인에 대해 더 알고 싶고 그렇기에 제대로 된 디자인 만을 위한 팀이 있고 동료가 있기를 바랐고, 디자인을 하는데 이유를 가지고 설득을 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동료가 있고, 디자인만을 하는 마크업을 해주는 프론트엔드 팀이 있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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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내가 초라함을 이기기 위해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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