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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님 Mar 26. 2022

05. 능동적 디자이너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면접을 보거나, 채용공고를 보면 가끔 나오는 단어들이 있다.


'능동적으로 일하는 사람'

'수동적이지 않은 사람'

'자발적으로 앞서는 사람'


나는 '능동적'이라는 말이 되게 싫었다. 지금 이대로 있으면 편하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데, 왜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해야 하는 걸까? 누군가 능동적으로 일한다면 누군가는 수동적으로 일해야 조직이라는 것이 돌아가는 게 아닐까?


왜 조직에서는 능동적인 사람을 원할까?

능동적인 디자이너라는 건 어떤 디자이너일까?


이 이야기는 오늘도 아름다운 회사생활을 하고 싶은,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을 다하고 있는 한 디자이너의 이야기입니다.






처음 디자이너가 되었을 때 예쁜 게 다라고 믿는 나는 기획서에 따라 디자인 작업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수동적이었다. 기획서를 보면 이미 해당 기획서를 제작한 마케터나 기획자가 많은 생각을 담았기 때문에 PPT에 자신이 원하는 와이어프레임이나 의도를 담아서 받게 되면 그대로 그려주는 게 디자이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저 예쁜 화면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던 날, 나는 스스로 '유저'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디자이너는 주관적이면 안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유가 명확하게 있었다. 그 당시 다니던 회사는 콘텐츠 회사였는데, 나는 그 콘텐츠를 이용하는 유저이기도 했고, 비슷한 종류의 다른 타사 사이트에서도 꽤 상위 유저였기 때문에 유저로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살짝 삼천포로 빠졌는데 돌아와서 유저로 돌아보는 사이트는 어땠냐면.


기획서의 와이어프레임, 설계가 너무 어려웠다.

내가 유저라면, 이런 동선은 너무 복잡할 텐데?

내가 유저라면, 이런 기능이 필요할 것 같다.


그 생각은 나를 기획자에게 제안을 하는 디자이너로 만들었다.

기획서를 받으면, 쭉 읽어보고 제안을 하는 디자이너가 된 것이다.


그 후 기획서를 받고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기획서는 정말 노력이 담긴 문서라 생각해서 깊이 분석해보고 타사에서는 어떤 식으로 이용되고 있는지 리서치를 해보고, 나는 어떤가?(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이러면 안 된다.) 생각해보며 리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제안은 미리 제안되는 것도 있었지만, 그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디자인하면서도 필요한 것이 많았고 그 당시에는 마크업까지 같이 했는데 마크업을 할 때 개발자에게 넘겨줄 때 단순 화면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UI에 해당되는 기능들, 인터렉션 등을 포함하여 넘겼다. 예를 들어 '전체 동의'라는 화면을 작업해서 넘길 때 전체 체크하고, 풀어주는 나름의 알고리즘도 작업하여 넘겼다.


그러다 보니 기획서나 디자인의 결함이 보이면 디자인은 직접적으로 수정을 하였고, 기획자에게 물어보고 제안을 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새로운 시선으로 사이트를 보게 되었다. 유저가 필요한 기능들이 보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기획 제안서를 써서 위로 올리기도 하고, 미리 시안을 디자인해보기도 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디자이너가 되었고, 조금은 능동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다.


기획자를 엄청 괴롭혔었다. 그리고 이유 있는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회사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군으로 속해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말 그대로 '프로덕트'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보는 디자이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능동적이어야 했고, 내가 관리하는 프로덕트가 퀄리티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기획서를 받으면 당연히 이제는 UIUX 원칙과 데이터, 심리학 등에 따라 수정할 부분을 이야기해보고, 사이트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고쳐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은 제안해서 올리고, 직접 신규 기획을 하기도 했다. 물론 리소스 문제가 있고 회사 전체가 바라보는 비즈니스 방향성으로 인해 그런 과정들이 모두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가만히 있는 디자이너는 프로덕트를 관리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직접 이야기를 하고, 참여를 해야 설득을 할 수 있다.


현재는 Figma라는 디자인 툴에서 Backlog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Icebox, Ideation이라는 이름으로도 대체가 가능한 이 카테고리의 작업들은 일단 당장 진행할 수 없지만, 업데이트할 수 있는 화면들에 대해 미리 디자인해보는 카테고리다. 조금 더 성장하고, 능동적인 디자이너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고군분투하기로 했다.


이쯤 되면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싶다.

나는 지금 능동적인 디자이너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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