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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님 Mar 21. 2022

04. 나와 다른 당신과 친해지는 방법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친하지 않은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회사생활을 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지며

그렇게 모든 사람과 동일한 선상 아래 가깝게 지내면 참 좋을 것이다.

3명의 디자이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3년 8개월, 여름이 한창일 때 그리고 지금보다 앞선 회사에 있을 적에 한 그래픽 디자이너를 만난 적이 있다. 총괄 디자인 팀장님은 자기보다 뛰어난 타이포그래피 실력이 있으며, 남자들은 심플함을 잘 표현하다고 하며 많은 칭찬을 했다.


나도 그분의 디자인을 보며 꽤 감탄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의 심플함, 심플함 속에서 찾아오는 강렬한 스토리텔링, 컬러의 선택.


그런 그에게도 약점이 있다는 것은 조금 이후의 일이었다. 그분은 UI, UX. 웹 디자인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가 작업해서 보여준 화면에서 나는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웹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쉽지 많은 않다는 걸.


내가 비주얼 디자인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그래픽 디자이너는 하얀 화면이 다 자신의 표현 영역이다. 

제한이란 없으며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을 자유롭고 아름답게 표현한다. 하지만 웹은 좀처럼 다르다, 첫 글에 쓴 것처럼 예쁜 것이 다가 아니다. 어쩔 땐 예쁜 것보다 사용자가 더 편한 것, 개발자와의 소통에서의 중요성이 예쁜 것보다 더 위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하얀 화면이 전부가 아니다. 화면을 디자인할 때 4, 8 배수의 제약을 받기도 하고 소수점을 허용치 않는다. 또한 그리드에 맞게 디자인을 해야 원활한 작업이 진행된다.


로그인 창 같은 경우 상상력이 발휘되면 어느 위치에 있게 되는지,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분은 노력했고,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배우고, 그분은 나에게서 배우고 싶어 했다.

그리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다. 내가!

나의 약점을 드러내고 그의 노하우를 조금 더 보고 익히고 싶었다. 

그의 디자인을 배워가며 나의 디자인에도 그런 섬세함이 녹아들기를 원했다.

그런 마음은 서로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회사에 머물며 마주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디자이너 분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잠깐 방황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회사마다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 와중에도 나에게는 다른 회사에 머물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을 만났다. 그분은 나의 면접자였다. 그분은 그래픽 디자인 경험이 있는, 브랜딩 디자인 경험까지 합하여 7년의 경력이 있는 퍼블리셔였다.


지금 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분이 나의 디자인에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 듯한 모양이 싫었다. 일단 '퍼블리셔'가 디자인에 간섭하는 모양도, 팀장님이 아닌데 팀장님처럼 구는 것, 곧 팀장님이 될 거라는 사실도 모두 싫었던 것 같다.


거부감이 들었던 건 한 사건 때문이었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는 디자인팀이 따로 있어 그들이 만들어둔 디자인 시스템이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둔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Google의 Merterial Design System이 기반된 디자인 시스템으로 8배수에 맞게 디자인된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Figma의 사용도 뛰어나 무언가 넣으면 자동으로 다 알아서 디자인이 들어가게끔 그려져 있었다.


너무 훌륭했던 시스템에 감탄하고 그것으로 앱의 화면 디자인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분은 화면이 조금 더 예쁘길 바랬던 것이다.


8배수도 싫고 디자인 시스템도 특유의 벙벙함이 예뻐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디자인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건 알지만, 그런 걸 다 무시하고 그것보다 예쁘게 표현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당시 나에게 그것은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음...


잘 말씀드려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분은 결국 친해지지 못했다. 나는 나대로 디자인을 해서 넘겨도 그분의 입맛대로 나오는 디자인은 더 이상 협력의 관계가 아니었고 내가 있을 필요가 없단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알아서 하겠지 뭐, 될대로 되라.

나의 마음이었다.






마지막 한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디자인을 좋아하는 디자이너였다.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본래 모션, 인터렉션을 주로 만지는 디자이너였다. 


UIUX를 배우고 싶다며 우리 팀으로 오게 된 그분은 의견 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무엇이든 도전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첫 번째 디자이너와 같은 점에 있었다. 워낙 자유롭게 표현하는 디자인에 익숙해져 있으니 디자인된 화면에도 그것이 묻어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그와 함께하게 된 동료 1,2,3과 나는 그분의 디자인에 대해 UX적으로 UI적으로 의견을 주고받고 했던 것 같다.


게다가 한참 디지털 드로잉에 빠져있고, 비전공이던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한, 비주얼에 대한 자신감이 무척 떨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그림을 그리면 항상 보고 싶어 했고 봐주면서 고쳐주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좋은 면이 많았던 디자이너였는데, 아쉽게도 그 분과는 친해지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예민해져 있었고, 나의 디자인에 만족을 품지 못했다. 조금 더 나은, 예쁜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디자인을 하면 심플하게만 나와 고민이 많던 나에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유분방함은 부딪치고는 했다. 그런 그분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그저 피하기 바빴다.


그분은 자신이 속상하거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해당 사람과의 면담도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 팀 멤버뿐만이 아니라 여러 동료들도 그와의 면담을 한 번씩 진행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나에게도 두 번 정도 그런 시간이 찾아왔지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성격을 고치지 못함을 이야기했고, 그분은 그것을 이해한다 말했지만 흔히 말하는 핏이 안 맞는다는 것을 서로 인지했음이 분명했다.


그분에게는 배울게 많았다.

하지만 그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와 같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외의 사람도 많았으니까.

어쩌면 나의 태도와 마음이 고스란히 그에게 전해졌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 있어 나는 반성하고 있다.


나의 마음이 넉넉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이 배우고 싶어 하는 나만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 서로의 배움에 도움이 되는 좋은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를 만났을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야 만다. 내가 더 우위에 있음을 인정하고 싶어 하고, 때로는 큰 자괴감을 얻고야 만다. 아니 이건 비롯 디자이너와 디자이너의 관계에서만 이런 걸까?


나와 다른 누군가와 친해지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아직도 주변에 사람을 두는 것이 어렵고 몇 없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결과는 공부해야겠다.

사람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 들도.


생각해보면 첫 번째 디자이너는 서로 배우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았다. 나는 쓸데없이 고고했고, 스스로에 대한 마음이 나의 안 좋은 점을 발판 삼아 보호막과 자격지심으로 뭉치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나를 사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장점을 인정하고 찾아내야겠다. 나를 사랑하고야 마는 마음이야말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준비가 된 것이니까.

넉넉하게 채우는 마음이 비로소 그 사람의 다른 면과 좋은 점을 보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 같으니까.


다음 디자이너를 만나면 나의 넉넉함이 그 사람을 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르듯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새롭게 세계를 이어나갈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마음을 항상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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