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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won Apr 13. 2019

2018.05_미투 운동을 시스템 변화로 이끄는 독일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성 추문에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미투(#MeToo)’ 캠페인이 독일에서는 영화 및 미디어 산업 전반에 대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베를린 비엔날레로 전 세계 영화계가 베를린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31일,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영화 및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500명 이상의 여성으로 구성된 ‘Pro Quote Film’ 총회가 열린 것이다.


‘Pro Quote Film’의 목표는 남녀평등하고 혁신적인 영화 및 미디어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공적인 계약과 보조금 지원’ ‘공영방송과 영화 기금 관련 기관, 영화학교 등 여러 기관과 위원회’ ‘공공방송사 및 관리직책’ 등의 영역에 50% 여성 할당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공영 방송 및 영화 대학 등에서 매년 성별 모니터링 시행’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성 평등한 예산 집행’ ‘영화 및 미디어 분야 성 평등을 위한 중앙 상담 및 서비스 센터 설치’ 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영화 및 미디어 산업 전반에 여성 쿼터제를 요구하는 ‘Pro Quote Film’ 이니셔티브는 ‘Pro Quote Regie’, 즉 여성감독 쿼터제를 위한 조직에서 시작됐다. 2014년에서 설립된 ‘Pro Quote Regie’는 영화 산업 내에서 여성 감독 비율을 높이는 데 일조해왔으며, 이제 이 움직임은 영화 및 미디어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 여성들은 여전히 여성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핵심 직책에서 보이지 않으며, 너무나 불평등하게 운영되고 있는 산업 전반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니셔티브 설립자 중에는 독일의 시나리오 작가 도로시 숀(Dorothee Schön), 배우 야스민 타바타바이(Jasmin Tabatabai), 감독 코니 발터(Connie Walther) 등이 있다. 


출처:Pro Quote Film


영화 및 미디어 산업의 남녀 불평등은 각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먼저 ‘영화 산업’의 경우,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하는 독일연방영화기금(German Federal Film Fund, DFFF)의 펀드 82%가 남성이 주도하는 프로덕션에 지급됐다. 또한 사운드 분야의 91%를 남성이 차지하고 있으며 카메라 팀은 85%가 남성이었다. 감독의 경우, 남성 감독 비율이 7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영화전문대학에서 공부한 여학생 중 절반만이 영화계에서 일하고 나머지 졸업생들은 일자리가 없어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독일에서 대대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미디어’ 산업 내 남녀 불평등 정도도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독일 로스톡 대학(Universität Rostock) 연구팀이 총 3천 개의 TV 프로그램과 1천 개의 영화 필름을 분석해 발표한 젠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TV와 영화 속 주요 캐릭터의 2/3가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나이에 따른 남녀 격차가 컸는데, 30대 중반부터 남성 출연 비율이 여성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50세 이상이 되면 여성 출연비율은 더욱 낮아져, 남성 비율 80%에 비해 여성은 20%에 불과했다. 퀴즈쇼나 코미디 등과 같은 논픽션 엔터테인먼트(non-fiktionaler Unterhaltung) 내 남성 비율은 69%였고,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 프로그램에서도 남성 출연 비율은 약 70%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시사교양 분야에서는 대변인이나 대표자의 72%, 전문가의 79%, 사회자의 80%가 남자였다. 


현재 독일에서는 심각한 영화 및 미디어 산업의 성별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민간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 19일에는 ‘독일 연방 반차별기구(Antidiskriminierungsstelle des Bundes)’와 ‘Pro Quote Film’, 극장과 영화, TV 업계의 ‘독일연방협회(Bundesverband Schauspiel)’ 주최로 “문화계는 변화를 원한다(Kultur will Wandel)!”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성을 지켜야 하는 독일영화재단 기금 지원이 남성 제작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점, 여러 계약 및 주요 역할에서 여성 종사자들이 불평등을 겪고 있는 점 등 다양한 업계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업계 여성들이 관련 정부 기관, 동료들과 연대해 영화 및 미디어 산업 분야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배우 야스민 타바타바이(Jasmin Tabatabai)이 “체계적으로 차별화된 구조에 문제제기하는 것에 지쳤고, 이제 남은 것은 시스템 변화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 TV 등 업계 전반에 걸친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독일은 업계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매체들은 ‘미투(#MeToo)’ 캠페인에서 이어지고 있는 독일 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낙관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Pro Quote Film’과 독일 정부, 업계 여성들의 연대 움직임이 독일 영화 및 미디어 산업계에 어떤 성 평등한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MeToo 캠페인을 시스템 변화로 이끌어가는 독일  

채혜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독일 통신원(chaelee.p@gmail.com)

2018년 2월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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