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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n 24. 2024

아는 사람

눈이 오시는가



눈이 오시는가

남쪽 쓰가루 해협에도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는가

한나절을 달려 도착한 삿포로에는 삼박사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오호츠크해의 칼바람은 칠흑 같은 밤을 헤집고 내리는 눈발을 사정없이 휘젓고 있었

홋카이도 레일 따라 동화처럼 설국이 펼쳐져 있고

달려온 열차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바튼 기침을 토해낸다

북쪽 마을에도 복된 눈이 내리고

내 마음에도 집 키를 넘는 눈이 내렸다


사지를 벌리고 누우니 몸이 눈에 덮여 빠져 버리고 만다

태양이 뜨면 내가 녹아서 바다로 흘러가 그리운 곳으로 갈 수 있으려나

지금도 눈이 오는가

남쪽 마을도 폭설이 내리는가

그리운 그곳에도 함박눈이 내리는가


캐리어를 끌고 나서는 길가에는 잔설에 발목이 잠기고

정류장에는 북쪽으로 가는 전차가 닿는구나

방울소리 울리며 전차가 달린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나는 해협을 건너 아오모리로 간다


해협은 어둡다

그래도 나는 눈발을 타고 건너간다

그곳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하나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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