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09. 2024
춥다
그래서 좋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답다
그래야 제 옷이고 제 맛이다
언제부턴가 사계절이 무색하다
기후 온난화로 물고기가 도망가고
토종 과일들도 기온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다
남쪽에서는 열대과일이 재배되고
바닷속으로는 열대종의 어류들이 몰려오고 있다
유년시절의 고드름과 썰매와 눈사람들은 동화책 속에만 존재한다
칼바람 속의 폭설과 추위는 사라지고 뜨거운 여름만 남을 것인지 정말 염려스럽다
겨울은 영영 사라지고 마는가
아이슬란드의 북극곰들이 도시의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상황이 됐다
해안도시들이 물에 잠기는 날이 멀지 않았다니 지구별 온난화의 가혹한 재앙이다
북극이 초원이 되는 날이 멀지 않았는가
오늘은 영하권이다
모처럼 춥다
구스 패딩을 입고 양모 부츠를 신고 털모자를 쓰고 외출한다
플라타너스 잎들이 날리는 정동교회 앞 거리를 걷는다
호호 불며 60년 된 우동집에서 냄비우동을 먹었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한중작가 수묵전도 관람했다
오랜만의 추위다
그러나 시청 앞에서는 칼바람 속에 탄핵 시위가 겨울을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