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자 밥 먹는 일
허무를 외롭게 먹는 일
등을 구부려야 닿는 미역국 사발에 코를 담그고
추려해 진 젓가락을 무말랭 무침에 꽂는다
침침한 불빛 아래 쟁반 하나 놓고
눌은밥에 선득해진 무생채를 얹어 묵묵히 건져 올리는 미역줄기
혼자 밥 먹는 일은 전쟁이다
살아남기 위한 백마고지 전투다
생애 가장 쓸쓸한 저녁에 허무를 위하여 절망을 말아먹는 만찬이다
나를 연소시키기 위한 시간이다
안쓰러워마라
눈치 보지 마라
그렇게 살아지는 것이니
허기란 얼마나 비겁한가
배의 아픔이 사라져야 사라지는 절망
등을 바라보지 못해서 다행이다
생일날 혼자 먹는 밥이 그렇게
나의 등을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