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차 말레시아부터
여행사 패키지는 무색할 정도로 일정은 타이트했다
메르 데까 독립광장,
KL타워 전망대,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
점심 사이 사끼 일식뷔페, 핫 프레이스 파빌리온 쇼핑센터에서 쇼핑,
힌두교 유적지 바투 케이브 동굴,
부낏멜라와띠 언덕에서 원숭이와 함께 놀고 빠세르푸람빵 반딧불 투어,
차이나타운 쇼핑, 브낏빈땅 길거리 공연 관람 후
잘란 알루 야시장에서 두리안, 애플망고, 꼬치와 함께 맥주타임으로
첫 일정을 종료했다
나는 샤워 후 곧바로 떡실신해서 곯아떨어졌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멀쩡했다
[3,4일 차 말레카]
말레카 리버 쿠르즈 투어, 시내 관광, 해적선 탐방, 오후에 국경을 넘어 조흐바루 싱가포르로 이동
오늘은 그래도 여유를 즐기며 한가하게 놀았다
그녀의 체력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탄탄했다
우리는 여정을 함께하며 조금씩 친해져 가고 있었다
고로 이제는 일정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다
싸울 일이 없었으니... 흐르고 스미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
시내에서 현지식으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로비에서 드롭 커피를 한잔하고 객실 룸으로 돌아왔다
각자 샤워를 마친 후 룸 테이블에서 레드 와인잔을 기울이며
인천공항에서 화장실 간다며 들려 환전한 여행경비 천오백 불을 그녀에게 건넸더니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거절했다
그녀가 내 의사와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강행한 여행이라서 함께해주신 것만으로도 황공하고 감사하다는 취지였다
그러시면 내가 불편해져서 여행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난감해했더니
몇 차례 거절하다가 할 수 없이 감사하다며 어렵사리 받는 눈치였다
그래야 내가 편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마음 씀씀이에 내가 오히려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하기만 했다
[5일 차 싱가포르]
"센토사" 섬 케이블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드 랜스 포머, 쥐라기 공원, 머미, 슈렉. 마다가스카르 등ᆢ)
시 아쿠아룸 수족관, MRT 전철 체험,
오차드거리 탐방, 마리나 베이 식물원 점등 쑈, 크라키 쿠르즈 야경투어를
마치고 돌아와 우리는 처음 서로를 안고 깊이 잠들었다
우린 강줄기처럼 천천히 흘러 스며 들어갔다
[페낭]
'창이'공항에서 페낭 공항으로
페낭섬 도착, 페낭 힐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조망 후 석식 및 야시장 쇼핑, 페낭 시내 벽화거리 탐방
내일은 랑까위 섬으로 갈 예정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깊은 사랑을 했다
좀 더 과감하고 오래전부터 서로를 잘 알았던 것처럼 즐겼다
그녀의 몸은 봄 햇살처럼 따듯했다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는다
락스 냄새가 살짝 배인 하얀 시트 위에서
엎드린 채로 먼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의 일출을 본다
천국의 아침이 이러할까
이런 호사를 누려보기 위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즐긴다
한나절 동안 발등을 간질이는 옥빛 바다에 누워
야자수 그늘 아래 물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시공을 초월하는 선인의 공간이었다
낯 섫어서 좋고
느리고 게으르게 멈추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이다
시간이 멎은 듯한 남지나해의 잔 물결과
깃털 구름의 행렬을 바라보며 꿈을 꾼다
죽어도 좋을 천국의 계단을 오른다
낯선 곳에서 맞는 아침은 늘 신선하고 설렌다
갖 구운 빵과 치즈
계란 프라이
신선한 양의 모유
애플쨈, 살구 쨈
콩 오믈렛
양송이 크림수프
아침 조찬이 감사하다
낯선 곳에서
새로 태어나는 낯선 아침이 마냥 행복하다
[6일 차 랑까위]
페낭에서 오전 시내 벽화거리 탐방하고 랑카위섬 가는
비행기 타러 공항으로 출발 '랑까위'로 간다
전망대 관망 후 해변에서 석식
낼은 종일
Payar Island 호핑투어가 시작된다
체력에 한계가 온다
그녀는 여전히 생생하고 팔팔하다
나는 야자수 그늘에서 쉬며 기운을 충전했다
[7일 차 Payar island 호핑투어]
물고기와 수중에서 놀다
산호가루가 침전된 바다 색깔은 옥빛
고운 빛이 난다
형형색색 열대 물고기들이 사람 몸을 건드리며 지나간다
먹이를 줘서인지 상당히 친화적이다
'꾸아'타운 독수리 광장에서 지는 노을을 보고 근처 야시장 탐방,
석식을 하며 술 한잔 걸칩니다
노을이 가히 천하일품이다
그녀가 노을을 보며 뜻 모를 눈물을 훔쳤다
나는 못 본체 하며 그 의미조차 묻지 못했다
나도 아름다운 석양에 취해 가슴이 벅차올랐다
어느새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여기서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날 밤 그녀는 내게 몸을 활짝 열었다
나는 날개를 단 듯 새처럼 마음껏 날아다녔다
이날은 그녀의 몸에서 단내가 났다
[8일 차 맹그로브 숲 투어]
숲 뻘로 원숭이 한 마리가 마중 나왔다
늘 동경하던 그 숲 맹그로브 강변에 와 있다
감미롭고 자유로운 기분이다
무인도 해변을 거닐고
맹그로브 원숭이 가족들과도 어울리고 독수리 밥도 주고 왔다
숲 길마다 물고기며 짱뚱어며
살아있는 생물들이 숨 쉬는 천연 자양의 보고다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을 곳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닮아가는
그런 나를 보고 그녀와 나는 서로에게 해맑게 웃어줬다
깨 복숭아 같은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왠지 그녀의 웃음 속에 뜻 모를 옅은 그늘이
왠지 불안한 마음을 들게 했다
무슨 연유일까...
새로 태어나는 낯선 아침이 마냥 행복하다
너를 사랑하는 날은 몸이 아프다
너는 올 수 없고 아픈 몸으로 나는 가지 못한다
사랑하면서 이 밝은 세상에서는 마주 서지 못하고
우리는 왜 캄캄한 어둠 속에서만 서로를 인정해야 했는가
지친 눈빛으로만 아득하게 바라보고 있어야 했는가
바라보다가 죽어도 좋겠다고
너를 바라보다가 죽어도 좋겠다고 나는 한숨도 못 자고
유리 없는 창문을 열었다가 닫았다
우리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어디선가 별이 울음소리를 내며 흘러갔고
어디선가 꽃이 앓는 소리를 내며 돌아왔다
그건 언제였던가
어깨 위로 비가 내리고 빗방울 가슴 치며 너를 부르던 날
그때 끝이 났던가 끝나지는 않았던가
울지 말자 사랑이 남아있는 동안은
누구나 마음이 아프다고
외로운 사람들이 일어나 내 가슴에 등꽃을 켜준다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일어나 별빛을 꺼준다/이성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