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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누나 밥그릇 습격 사건

먹성 좋은 녀석이 사고를 쳤다

by 자람

아직도 거실엔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고양이 합사가 쉽게 되는 집도 있다던데 우리 집은 아직이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둘 만의 시간을 잠깐씩 갖도록 해 주고 있다.


거실에서 뛰어놀던 아기 냥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녀석 어디 간 거지?'


여기저기 찾다 보니

그동안 아기 고양이가 호시탐탐 노리던 포도의 밥그릇 위에 아기 냥이 있는 게 아닌가. 헉....

더구나 한 번도 줘 본 적 없는 건사료를 오도독 거리는 소리와 함께 맛있게도 먹고 있다.


방금 자기 밥을 배불리 먹고 나온 아이인데.....

아기 냥이라 매일 습식 사료만 먹다가, 허겁지겁 먹는 건사료에 배탈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그릇에 머리를 밀어넣고 열심히 먹던 아가 양이가

이번엔 포도의 물을 먹는다.

포도가 어이없다는 듯, 넋 놓고 보고 있다.

포도의 레이저 눈빛이 자신을 쏘아보고 있다는 걸 이 아이는 알고 있는 걸까?

아님, 너무 철이 없어, 이래도 자신을 이해해 줄거라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나 혼자 잠깐 생각하는 사이 아기냥 동치미가 슬슬 밥그릇에서 내려온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먹은 거야?'

그릇을 보니, 벌써 다 비웠다.

역시 먹성 좋은 녀석은 떡잎부터 다르다.


입 짧은 우리 포도도 이런 모습은 좀 배웠으면 좋겠다.

넉살 좋게 남의 밥까지 싹싹 비워내는 여유는 아니더라도, 자기 밥이라도 많이 먹어 주면 좋겠다.


포도도 아기냥 동치미와 함께 건강한? 먹거리 경쟁을 하며,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주길 기대한다.

둘 다 사이좋게 포동포동해져 거실을 어슬렁 거려줄 날이 오길 기다린다.


아기냥 동치미가 그릇에 아예 발과 머리를 담그고 정신없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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