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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Dec 29. 2023

5. 간절한 구직자

남편은 이곳저곳에 입사 원서를 넣어 보았습니다. 면접까지 기회가 오기도 했지만 최종 합격 소식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공공기관들 사이트에 들어가 구인 공고를 보다가 한 공공 기관에서 6명이나? 신입직원을 모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행정직에 정규직 이었습니다. 산과 관련된 기관이었는데, 남편은 산과 자연, 등산을 좋아했기 때문에, 오히려 적성에도 맞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서류전형과 면접 등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류 전형이 잘 통과되었는지,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지방이었는데, 면접은 서울에서 봐야 했습니다.


당시 서울까지 갈 교통비도 사실 버거울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형편을 아셨는지, 같이 저녁 기도회에 참석하시던 집사님 한분께서 서울로 면접 잘 다녀오라고 하시며 봉투를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봉투엔 꼭 합격하기를 기도한다는 편지와 교통비가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꼭 나중에 정말 잘 돼서 이 은혜를 갚자. 정말 고마운 분이야"  


저희 부부는 꼭 나중에 이 은혜를 갚자고 다짐했습니다.  

드디어 면접을 보러 가는 날, 기도하는 마음으로 남편은 면접장에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면접시험은 잘 봤어?"

남편은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나... 떨어졌어..."

"아니, 어떻게 알아? 아직 발표도 안 났잖아"

"내가 사실...."


남편은 몇 년만의 취업이 너무 간절한 나머지 면접에서 엉뚱한 말을 해 버렸다고 합니다.

여러 면접 질문이 있었지만,산에 관련된 기관이다 보니, 면접관 중 한 분이 "산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남편은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 네, 산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매년 지리산 천왕봉을 올라갈 정도로 산을 아주 좋아합니다."


산을 좋아한다고만 말했어야 하는데, "매년 천왕봉을 올라간다"라고 과장을 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은 입산객이 많아 당시 몇 년에 한 번씩 휴식년제를 실시하곤 했는데, 하필 그 해가 천왕봉 휴식년을 진행하였던 때였습니다. '산'에 대해 모르는 것이 거의 없는 면접관들 앞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하다니, 자신은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었습니다.


또, 면접을 기다리며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는데,  "난 관련 분야 석박사를 했다", "난 정치인 OO랑 친분이 있다" 하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합니다.


지방대 대학 학사 출신에, 나이는 많아 공공기관 나이 제한인 35세 커트라인에 걸렸고, 아는 사람이나 줄은 하나도 없고, 면접 보러 가는 교통비도 없어 겨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면접에 갔던 그였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잡은 면접의 기회를 꼭 합격하고 싶어 과장을 좀 했는데, 거짓말이 들통난 것 같으니, 이 사람은 발표도 나기 전에, "나 떨어졌어" 라며 울상을 지었던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정규직 6명을 뽑는데 800여 명에 가까운 사람이 지원했다는 것도 불안한 변수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실의에 빠져있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살리실 수도, 죽이실 수도 있으시니, 우리 직장을 놓고 간절히 기도해 봅시다"



"여호와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스올에 내리게도 하시고 거기에서 올리기도 하시는도다.

여호와는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하게도 하시며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시는 도다"(삼상2:6~7)


남편 무슨 결심을 했는지, 다음날, 물병 하나와 성경책을 챙겨 작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남편은 생애 처음으로 직장을 놓고, 금식하며 기도를 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남편은 그날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하나님께  일생일대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가족과 자신의 일생이 달린, 정말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일주일 후에 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발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후 1시에 발표한다고 공지되어 있었습니다.


남편은 차마 자신이 합격자 명단을 확인할 수 없다며 미리 위로의 밥을 사준다는 선배와 함께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초조하게 기도하며 기관 홈페이지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후에 1시에 공지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내부 사정으로 합격자 명단은 2시에 다시 발표하겠다는 공지였습니다. 가뜩이나 긴장하며 떨고 있었는데, 또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니 마음이 미묘하게 복잡해졌습니다.


드디어 2시, 합격자 명단이 올라왔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짧은 기도를 한 뒤, 눈을 떴습니다. 6명의 명단 중 가장 앞에 그렇게도 기다리던 말이 거짓말처럼 쓰여 있었습니다.


 'OOO' "합격을 축하합니다"


이 몇 글자를 보기 위해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얼마나 눈물이 흘렀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겪었던 많은 고생도, 많은 아픔도 이 "합격"이라는 말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직 자신이 합격한지도 모르고 있는 남편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 당신 합격이래. 최종 합격했대. 정말 고생 많았어"


그때 수화기 너머로 남편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정말 감사하다. 정말... 하나님께서 합격시켜 주셨네"


100%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이 소식은 기적과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남편이 합격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더 젊은 사람, 더 좋은 스펙을 가진 사람을 쓰고 싶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 빽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때 그 은혜로 우리 가정이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많이 회복될 수 있었습니다.


벌써 남편이 그 공공기관에 합격한 지 22년이 흘렀네요.

지금은 제가 사는 지역의 지역 기관장으로 근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며 기적과 같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왔다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하나님의 가장 큰 은혜를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가정이 회복되고, 남편은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그 후 우리 가정에 보내 주신 둘째와 셋째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 가정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성경책 속에서만 살아계신 하나님이 아닌, 지금도 일하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지금도 이렇게 이끌어 주시고 계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당신 가정을 통하여서도 하나님은 일하고 싶어 하신다는 것도 말하고 싶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고난과 고통의 시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그냥 삶을 끝내거나, 가정을 저버리거나 회피하거나 잠적하는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당신이 하는 선택이 '하나님을 찾는' 선택이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찾는 이들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은혜로운 분이십니다.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시고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새해엔 많은 이들이 이러한 하나님을 만나게 되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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