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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May 27. 2021

떠나고 싶을 때 떠나도 돈 버는 데 지장 없는 삶

내가 있는 곳이 사무실

마산에 내려가서 이틀 동안 35개월 된 조카와 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온 몸이 쑤시고 너무너무 피곤하네요... 육아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단 이틀 만에 제가 육아에 대해 굉장히 과소평가(?)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워낙 좋아해서 힘들어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결혼도 못했으면서;;;) 이틀 만에 이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 온갖 귀차니즘과 짜증으로 뭘 해도 집중할 수가 없어서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친척 동생과 조카, 그리고 친구를 본다는 이유를 만들어서 그냥 마산으로 가는 KTX 표 끊고 휙 떠났습니다. 하지만 퇴사 이후 제가 하고 있는 일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제가 마산에 노트북을 들고 갔고, 제가 하지 않아도 대신 일을 해주는 직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 한 명의 직원이지만 벌써 6개월 넘게 일을 했고, 그 사이에 일도 많이 익숙해져서 이제는 제가 그 직원한테 제 일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 직원이 아직 완벽하게 모든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전화, 메신저, 이메일, 화상통화, 클라우드 등등 제가 그 직원 옆에 없어도 그 일에 대해 답변해주고 해결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너무너무 많아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16


여수에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계획은 친구가 출장 중이라 틀어졌지만 조카와는 이틀 내내 같이 놀다 왔습니다. 그리고 의도한 건 아닌데 그 덕분에 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와... 육아를 하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있던 거 대부분 제대로 할 수가 없겠구나...'


아이를 아무리 좋아하는 저라도 이런 삶은 분명 새로운 고민거리로 저에게 다가올 겁니다. 그런데 단 이틀 만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던 거 모두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난 훨씬 많이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구나...

솔직히 마산으로 가기 전에 제가 알아본 건 친척 동생(조카의 엄마)의 동의와 KTX의 자리 여부 말고는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직장인이었다면 일단 무조건 주말을 낀 일정이어야 했을 테고, 내 연차를 쓰기 위한 회사와 상사의 동의도 구해야 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KTX의 자리도 창가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제 옆자리에는 모르는 사람이 앉아 있었을 겁니다.


월요일 오전 10시 20분 KTX를 타고 마산에 갔고, 수요일 오후 1시 30분에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제 일과 관련된 사람들한테는 목요일까지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해 놓았기 때문에 인천에 와서 가장 먼저 한 건 너무너무 피곤해서 씻지도 않고 바로 잠을 잔 겁니다. (신기한 건 분명 마산의 친척 송생 집에서 평소보다 더 자고, 더 편안하게 잤는데 몸이 피곤하다는 겁니다... 남의 집에서 자서 그런 건지, 이틀 동안 육아를 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네요 ㅋ)

오전에 kTX를 탄 이유는 아침에 주식 거래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주식 자체는 일로 생각하지 않고, 게임처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평일에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노트북을 들고 간 것도 일 때문이 아니라 주식 투자 때문입니다. KTX의 개별 좌석마다 책상도 있고, 콘센트도 있고, 와이파이도 되고, 창가에, 에어컨도 빵빵합니다. 게다가 월요일 아침에 직장과 일이 아닌 일상에서 탈출을 하고 있었고요. KTX에서 글도 하나 쓰고 싶었지만 어지러워서 그러진 못했네요...


인천 사무실에는 직원이 출근해서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으니 그 직원한테 맡긴 일에 대해서는 신경 쓸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 일 자체는 제 주요 매출 중의 하나인데 신경을 안 써도 된다니... 퇴사 후의 삶이 바뀌었고, 퇴사 후에 직원 한 명을 두기 전 후의 삶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퇴사 이후의 삶, 직원 한 명을 둔 이후의 삶 모두 나쁘지 않습니다. 회사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직원도 더 늘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3시쯤에 사무실에 가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제가 이번 주 월/화/수요일에 마산을 갔다 온 공백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내일부터 다시 하던 거 계속하면 됩니다. 차이는 저번 주까지만 해도 저를 감싸고 있던 귀차니즘과 스트레스, 짜증이 싹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휙 떠날 수 있었던 제 상황과 조카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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