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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Apr 30. 2024

뭘해야할지 모르는 취준생과 뭘할지부터 찾으라는 경력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서 그 도움을 원하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제 스스로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간사했는지를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 가질 수 있었던 IT 분야의 경력과 경험들 덕분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멘토, 쌤, 선생님, 강사님의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금전적인 건 물론이고, 제 사업과 인맥 등 지금에 제가 있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 것들이 너무나도 많고,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 것들은 대해서는 제 스스로도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만족감, 성취감, 그리고 약간의 우월감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S8fVWsfWJCw

얼마 전 팟캐스트를 통해 저와 똑같은 생각과 취지, 방법으로 조언/컨설팅을 해주는 분의 방송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과 거의 일치하게 상대방에서 조언을 해주는 그분의 방송을 들으면 저와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내가 틀리지는 않았구나.'라는 나름의 뿌듯함을 느낄 만도 한데 그때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게 무슨 X 소리야?!

제가 가진 생각과 그리고 지금까지 누군지 기억도 나지 않는 분들한테 제가 해준 말과 거의 일치하게 말을 하는 사람의 방송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에는 욕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건 저 말을 똑같이 해왔던 저한테 하는 욕이었던 거 같습니다. 


'와.. 내가 저런 가식적인 말을 했다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어서 혼자 있는데도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무슨 내용이길래...

불과 2~3년 전, IT 분야가 비정상적으로 잘나가던 시절인 덕분에 저에게 수업이나 컨설팅, 멘토링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문의해오는 분들의 상황은 가지각색이었지만 문의 내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그분들에게 했던 말들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 말아라  

    IT 분야도 종류가 다양하니 일단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부터 찾아라  

    그걸 찾으면 그에 맞는 것들에 대해서 대비해라(공부나 자격증 등)  


이 말들에 대해서는 심지어 지금도 저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답변을 들은 문의자 분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거, 혹은 할 수 있는 거, 맞는 게 무엇인지 몰라서 저에게 시간과 비용을 할애한 건데 그런 분들에게 저는 "일단 무엇을 할 건지부터 찾아라"라는 쳇바퀴 도는 답변을 한 겁니다.


애초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삽질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저에게 답이나 도움이 될만한 힌트/조언을 얻고 싶었던 건데 이런저런 말들을 주저리주저리 하다가 최종 결론은 "일단 무엇을 할 건지부터 찾는 게 우선이다."


문의자 :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 : "(온갖 있어 보이는 장황한 이야기들)"

나 : "(결론) 일단 무엇을 할 건지부터 찾으세요..."


질문과 답변이 똑같다는 것을 저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방송을 들으면서 알게 된 겁니다. 솔직히 저한테 수업/멘토링/컨설팅을 받으신 분들이 저를 통해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건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말장난 식의 답변도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서 당사자가 저에게 따져 온다면 저는 얼마든지 방어할 자신은 있습니다. 이게 제가 말한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에게 말을 어떻게 하는 것과 별개로 본인 스스로는 진짜 사실에 대해서는 알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혼자만 알고 현실에서는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애써 무시하거나, 어렵지 않게 무시하거나 그러한 것들에 무감각해지는 식으로...


나는 조금 경험이 있고, 안다고, 남의 상황에 대해서 가식적으로 입을 턴 겁니다. 악의는 없었고, 모든 분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절대 아니지만 분명 제가 부끄럽다고 생각한 언행을 보고 들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중에는 어쩌면 뒤돌아서서 가면서 저를 욕 한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연결된 분들 중에서 후기가 남겨진 것들이 있는데 다행히 저를 욕하는 내용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로 애써 위안? 합리화?를 하고 싶어 하는 제 모습은 여전히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비슷하게 반복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기계적인 답변이 나온 거 같기도 합니다. 요령이 생긴 거죠. 어떤 질문이 와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유도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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