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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Nov 18. 2022

택배 상하차의 추억 # 1

제품 론칭 이벤트 전날부터 마무리까지 벌어졌던 이야기 

#4시 30분

제품 론칭 이벤트 바로 전날이었다. 호텔에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하루 대여료가 꽤 비쌌던 관계로, 행사 전날은 약 2시간 정도만 오픈해서 집기와 제품만 공간 안에 적재해두고 행사 세팅은 당일 오전에 진행하기로 했던 차였다. 제품이 오후 4시 반쯤 호텔에 도착할 거라는 물류센터의 연락을 받고는 다른 집기들 먼저 호텔 공간에 넣고 있는데 문득 시계를 보니 4시 30분이었다. 조금 늦어지나 싶어 물건을 싣고 오던 기사님께 전화를 했다.


“글쎄요. 내비게이션 말로는 5시 40분 도착이라고 나오는데요.”


놀란 눈으로 옆에 서있던 호텔 지배인을 흘깃 바라보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런 나에게 해맑게 싱긋 웃어주던 지배인은 차가 많이 막혀 5시 조금 넘어 물건이 도착할 것 같다는 말에 미간을 바로 찌푸렸다. 그런 지배인에게 “빨리 진행할게요” 라 말했는데 이때 만해도 너스레를 떨 수 있었을 때였다 기억한다. 그렇게 지배인을 안심시키고 빠르게 고개를 돌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으로 들어가 기사님께 다시 전화를 했다.



“아저씨, 기사님, 빨리 와주셔야 해요. 5시까지만 사용 가능한 상황입니다. 4시 반에 도착한다고 연락받았는데 이렇게 늦어지시면 저희 큰일 납니다.”



라는 말에 기사는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한숨을 내뱉더니 이전의 평이했던 톤에서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저도 빨리 가고 싶습니다~.”

듣고 보니 그 기사도 의도했던 상황이 아니니, 운전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해봤자 소용없지 않나?라는 생각과 아니 지금 출발한 게 언제인데 5시를 훌쩍 넘어 도착하면 어쩌자는 것인가?라는 분노와 또다시 일반택시도 아니고 화물차량 기사한테 빨리 오라며 재촉해도 되는 걸까?라는… 정리되지 않은 거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다녔다. 사고 없이 빨리만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그럼 안전 운전하시면서 진짜 빨! 리! 오세요.”라는 말도 안 되는 말로 전화를 마무리했다.



#5시 20분


당시 우리 행사장 밑에 층에 슈퍼 VIP가 장기 투숙하는 상황이라 소음이 전달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사용하려던 스피커를 테스트하는데 시간이 슬금슬금 소요돼서 5시 20분쯤 되었을 때다. 지배인이 스트레스로 인해 목소리를 떨며 도대체 언제 제품이 오는지 물었다. 거의 도착했을 거란 생각과 달리 기사님의 대답에 머리가 하얘졌다.



“아직도 고속도로입니다~~. 앞뒤로 차가 꽉 막혀있어요오~~.”



기사가 날 달래듯 말 끝을 길게 끄는 식의 말투가 너무 거슬리면서, 내적 갈등에 휩싸였다. 30분 전, 안전 운전하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는 빨리 와야 한다며 무섭게 재촉했다. 차가 막히는 데 어쩔 텐가 하는 체념의 마음과, 한편으로 내가 너무 친절하게 말해서 혹시 느긋하게 오고 있나?라는 양극단의 망상이 머리에서 충돌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순간 내가 지배인에게 받은 컴플레인은 원래 내 것이 아니다는 억울함이 들었다. 지배인의 컴플레인을 기사님께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아마 이런 걸 전문용어로 “화풀이”라고 한다. 하루 대여료가 9백만 원입니다. 늦어지시면, 저희 하루 대여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배인이 몇 초전에 나에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컴플레인을 하며 전했던 말 그대로 기사에게 토스했다.


전화를 끊고, 지배인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지배인은 엄청난 곤경에 처한 듯, 윗분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휘리릭 사라졌다. 돌무더기에 머리만 숨긴 타조처럼, 문제는 여전하지만, 지금 당장 코앞에 지배인이 사라진 순간, 찰나의 평안과 쉼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것도 아주 잠깐, 어떤 응어리 같은 분노가 차올랐다. 다시 기사님께 전화했다.



“ 기.!! 사.!! 님.!! 지금 출발하신 지가 언제이신데!!.
지금 저희가 얼마나 곤란한지 아십니까!.
저희가 이 공간을 하루 더 대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대신 지급해주실 겁니까!!!”


예준이가 젖은 양말을 침대에 한 3일 동안 올려놓은 걸 발견했을 때 단전에 차오르던 분노로 아이이름 을  외치는 톤 정도였을 거다.



#5시 40분


그 사이, 지배인이 돌아와서는 6시까지는 모든 걸 완료해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고하듯 말했다. 시계를 보니 5시 40분. 그때부터 기사에게 3분마다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묻는다. 그렇게 성을 내더니 지금은 전화해서 또 평이한 톤으로 어디냐 묻는 나에 대한 괴리감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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