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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그림 Jul 04. 2023

자기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에 대하여

“넌 너의 세계가 잘 구축이 되어 있는 것 같아.” 라는 말은 누구에게 듣더라도 칭찬일 것이다. 이것은 너는 세상에서 동떨어져 너만의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라는 세계에 대한 말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내가 자기 세계가 잘 설립되어 있다고 느낀 사람들은 다양한 특징을 가졌지만, 대표적으로 3가지 특성으로 말해보고자 한다.

그 전에 먼저 자기 세계를 가졌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자기의 세계는 관심사, 취향이 정하는 경우가 있고 또 노력해서 얻은 일 자체보다는 그 일을 해나가는 자신만의 태도와 관점 등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세계가 잘 구축되었다고 느낀 사람들의 특징은 이러했다. 일터와 가정, 또 속한 공동체에서의 태도가 일관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의 중심을 갖고 나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속이거나 꾸밀 이유가 없이 자기 모습 그대로를 당당히 보여주면 된다. 또 다른 사람은 그간 자기가 노력해온 것들을 잘 다루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그것이 그 분야에서는 그 사람에게 귀기울이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 진지함과 열심히 그 사람의 세계를 만든 것 같았다.


대표적으로 두 사람이 떠올랐는데, 이처럼 풍성한 세계를 가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필자는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는 독립심이다. 부모가 하라는 것과 하지 말라는 것을 하거나 피해야 하는 시절에서 지나 조금 더 자율성을 갖게 되면 자기 스스로 선택을 하고 책임을 가져 나간다. 나는 독립심을 자기 마음 속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마음 속에 어떠한 이끌림이 있을 때 그 소리를 듣고 응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것이 건강한 선택일 것이 전제될 때에 독립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독립심을 꼽은 이유는 그것이 사람의 결을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책임지는 데 있어 자기 스스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조금씩 전진하는 그 힘은 그 사람의 결을 만드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나의 위치와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해보고 나 자신을 조금은 아는 상태에서 선택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자주 바꾸거나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리스트업해보고 실행하는 능력이다. 작은 것부터 달성하는 기쁨을 맛볼 때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정진해가며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배움이 그 사람의 세계가 되어줄 것이다. 자기 세계를 구축해가는 것은 그래서 학습과 떼어놓고 볼 수가 없는 것 같다.

두 번째 특성은 관심이다. 돈, 명예, 지위, 좋은 일자리자체만을 바라보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그것은 자동으로 욕심을 부리는 것이 될 가능성이 많다. 필자도 20대 중반에 대기업에 가는 것만이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노력을 했었는데 그 때도 진짜로 회사 업무에 관심을 갖고 차근히 준비해온 친구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실력에서도, 또 얼굴에 드러나는 안정감의 유무에 있어서도 말이다.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파보는” 습관이 그 사람이 관심사를 스스로 확장해주고 더 넓은 것을 품을 수 있는 풍성한 세계의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요즘 검색 시스템이 너무나 잘 돼있지 않은가. 궁금한 거라면 뭐든 쳐보고 뉴스든 읽을거리든 꼼꼼히 생각하며 읽어보자. 모르는 단어도 많고,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돌아갈 것이다. 그 속에서 고민하고 공부하는 당신은 중심을 잡고 생각하는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끈기이다. 사실 내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막대한 노동을 수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뭘 해야할지 아는 것에도 나는 나자신을 잘 모르기에 주변의 거울처럼 비춰주는 말들과 성령의 조명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기도하며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내가 채택하는 방법이다. 기도도 끈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에게 어려운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그렇게 한 번 세운 목표가 적절한지에 대해서 검증하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이 여러 번 시도해보다보면 난도가 본인에게 맞는지는 알 거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추구하는 데에도 끈기가 필요한데, 시행해나가는 데는 또 얼마나 많은 끈기가 필요하겠는가. 한 번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다행인 것은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 실패들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았던 것들은 모두 나의 세계 일부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 점은 내가 추후에 연결성이 있는 다른 일을 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하고 연결성 없더라도 나중에라도 활용될 경험이라는 기대를 갖게 해준다.


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 대해서 돌아보고 싶어졌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나는 나의 세계가 잘 구축되어 있지 못하다는 상담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었었다.

그러나 하나님과 주변 사람들의 사랑 안에서 내가 노력해온 것들이 일정 부분 부족한 노력이었음을 인정하고 거기에 더해 마무리를 뒤늦게 짓는다는 느낌으로 공부하고 파보기도 했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부진했던 학습을 보완할 기회는 있었다. 그래서 내가 떨어졌던 대기업도 사실은 자기들과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기도 했고, 여러 가지 중요한 가치관들을 책을 읽으며 정립해나가기도 했다. 20대 후반에 1년 정도 책만 읽으며 쉰 시간은 나의 양분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20대 초반 중반에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노력했던 것들은 다 나의 기억 어딘가에 남아 즐겁게 얘기할 거리가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나의 세계가 잘 구축되어 있는지는 의문이기도 하지만, 책을 꾸준히 읽고 재밌는 볼 스포츠를 보거나 하고, 요리를 해먹으며 또 미술 전시회를 보러 다니며 나름의 세계를 잘 구축해나가고 있는 거 같다. 또한 단순히 관심 있게 하는 것들이 분명해지는 것에 더하여 관심사와 목표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 즐거움과 진지함, 때론 거룩한 부담감이 동시에 있다는 점이 나 자신을 높게 쳐주는 이유다. 삶을 진지하게 대하고 나를 사랑할 때 좋은 세계, 겉과 속이 일치하는 세계를 구축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여주는 모습과 실제 모습의 일치를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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