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솔로지
주거난, 전세사기 등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집.
죽은 집주인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 한 집에서 동거하는 이야기(심지어 계약서도 쓴다). 집 보러 다니는 걸 취미 삼아 하다가 심지어 그 집을 무단 점거한 젊은 부부 이야기 등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만 단편소설이 주는 위트, 부조리, 아이러니, 유머, 페이소스 등을 하나의 글맛(?)으로 만끽하기에는 분량이 매우 짧고, 그런 묵직한 감상이 주는 무게감이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20분 안에 다 읽는 소설들이기 때문에)
노잼을 이겨내며 꾸역꾸역 읽는 게 의미 있으려면 해외 단편소설이면 오히려 더 맞겠다. 뉴욕이든 맨하탄이든 19세기 파리든 그 시대로 여행가는 느낌, 유식해지는 것만 같은 느낌, 코스모폴리탄으로서 다른 세계에 사는 누군가의 에고를 이해하는 효용이 분명해서다. 단편소설의 본령이 시작된 영미권 작가들(오헨리, 애드거 알렌 포, 발자크) 등을 읽는 것이 공부가 되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
그래서 도통 단편소설은 상업적으로 성공할수도 독자들과 만나기도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