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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리 Aug 17. 2024

결혼식은 둘만의 행사가 아니다

상대의 부모님을 존중하는 방법


우리 입장하는 거, 아버님 여쭤봤어?

응. 근데 아버지 싫으시다네.


  우리의 결혼식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준비는 막바지에 다 달아 우리는 입장곡, 식순 등을 정하는 과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결혼식의 입장 방식을 정하는 것도 신랑, 신부의 몫이었는데 그동안 결혼식을 다닐 때는 유심히 보지 않아 전혀 몰랐던 것이었다. 최근 갔던 친한 동기의 결혼식에서 기존의 입장 방식과 다른 신랑의 부모님 두 분이 손을 잡고 입장, 그 후로 신부의 부모님, 그리고 신랑 신부가 함께 손을 잡고 입장을 하는 방식이 꽤나 좋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해당 입장 순서와 관련해서 후기들을 찾아보니, '부모님이 근 30년 만에 함께 결혼식 입장을 하니 참 좋아하셨다', '기존과 다른 방식의 입장에 하객들의 칭찬이 자자했다'는 등의 긍정적인 후기에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J에게 제안을 했다.


  부모님께 여쭤보라는 말과 함께 우리 부모님의 의견도 물었다. 엄마와 아빠는 단 번에 새롭고 좋다며 그렇게 하자는 의견을 보내오셨다. 큰일이 없으면 그대로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이 지나도 J에게서 답이 없자 나는 참지 못하고 J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그런데 J로부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나는 곧 '왜?' 하고 물었다. '모르겠어 그냥 싫으시대. 내가 한 번 설득해 볼게.' 평소 같았으면 그럼 그냥 원래대로 하자고 했겠지만, 생각보다 특별한 입장에 대한 기대가 있던 나는 응하고 대답하고 말았다.


  원래 같았으면 양가 부모님 중 유일하게 신랑 측의 아버지는 버진로드 위를 오를 일이 없는 분이셨다. 두 어머님은 화촉 점화를 위해, 신부의 아버지는 신부의 손을 잡고 신랑에게 신부를 넘겨(?)주며 버진로드를 걷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객들 앞에 서실 일이 없으셨던 분이 갑자기 그런 게 생긴다고 하면 싫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들의 설득에 재고하지 않고 단번에 거절을 하신 아버님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우리 부모님은 여쭤보나 마나 좋다고 하실 분들인 것을 내가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도 내가 하자는 것에 큰 이견이 없으신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모님과 치대고 살며 이해한 그들의 성향이다. 이번 일에 내가 더 마음이 쓰인 이유는 ‘예상치 못함’에 있었다. 당연히 좋다고 하시겠거니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한 생각에 있었다. 호불호의 의견을 물어놓고 불호가 돌아오니 실망을 한 감정에 대해서는 명백히 나의 책임이었다.


  결혼을 해서 두 분의 새로운 부모님이 생긴다는 것은 사실은,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존재가 둘이 더 늘어났다는 것일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나름의 사회생활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며 깨달은 바 있다. 물론 그 관계의 모양새가 내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세대 차이, 이로부터 올 수 있는 생각의 차이로 인해 빚어지는 의견 대립. 여기서 하나 확실히 마음을 먹고 가야 할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기였다. J를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책임지고 길러주신 분들이 받아야 할 마땅한 존경과 존중하는 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으레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취하는 태도를 생각해 본다. ‘자연스럽게 겸손하고 진심 어린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경청하며, 그들의 의견과 가르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내가 우리 부모님에게 지니고 있는 마음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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