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것들과
소중한 이들이 하나둘
곁에서 사라지면
어디에 기대어
다시 따스한 봄날을 떠올릴 수 있을까?
어릴 무렵 세상은 열리지 않은 보물 상자들로
가득한, 끝없는 모험의 나라였고
귤나무들의 끝에는
반짝이는 별이 걸려 있었다
우울할 때 어디에 기대서
봄날을 찾는가
소중한 이들과의 기억
어린 시절 따 먹었던 마당의 귤맛
그런 것이다
자라나면서 점차 귤을 찾지 않게 된다
귤을 감싸고 있는 껍질은 귤의 세계이다
귤을 까는 일은 귤의 세상을 파괴하는 일이다
그래서 귤을 까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날도 있다
그런 봄날은 말라비틀어지는 귤을 끌어안고
마냥 울고 싶다
기억하는가 우리는 마당에
귤나무를 두세 그루 심기로 했었다
그리고 겨울마다 그 귤을 따 먹기로 했는데
어린 시절 추억이 그 귤맛에
그대로 담겨 있을 것이다
귤은 우리들의 아직 어린 영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