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위로 나뒹굴지만
여전히 희디흰,
만개하지 못한 어느 벚꽃을 보고
느닷없이 서글퍼졌던 출근길
다음날이면 길가에는 결국 백만 개의 벚꽃이
새롭고 예쁜 기억을 선물해주는 꽃망울을 터뜨리고
순백 빛 환희는 지우개처럼
평범했던 아침의 서글픔을 지워버릴 터이다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기억을 선물하고 앗아간다
아름다움은 예고 없이 조용히 쏟아져 내리던 폭우이고
아름다움은 또한 못다 핀 꽃이어서,
채 펴보지 못하고 물속에서
새하얗게 질린 꽃잎이어서
비가 그치면 거짓말처럼 나오는 해이고
하얗게 펼쳐지는 웨딩드레스의 환희여서
저마다 나름의 절망을 잊어낸 우리는
아름다운 날을 앞두고
서로 마주 보며 미소 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