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의귀인 Jan 24. 2023

열한번째 온라인 사진전을 열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105

Prologue


죽음이 이른바 '끝'나타내는 것 이상이 되려면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 허무의 죽음으로 점철된 한 해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던 10.29 참사. 끝없이 되풀이되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 거리의 온갖 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겹겹이 이미지로 쌓인다.


PSYCHEDELICS (serotonergic hallucinogens) are powerful psychoactive substances that alter perception and mood and affect numerous cognitive processes. They are generally considered physiologically safe and do not lead to dependence or addiction.


출처 :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813425/


11번째 beyondframe.net 온라인 전시는 2023년 작업 타이틀인 PSYCHEDELIC 예고편의 마음으로 준비했다. 올해 촬영한 사진 중 그 Context 범주의 사진을 모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에 포스팅했던 사진과 3월에 전시했던 사진과의 중복을 모두 걷어 낼 수는 없는 점  양해 말씀드린다.


매년 루틴 하게 진행하는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전이다. 특별할 것도 없고 거대한 담론이나 '뭔가 있는 척' 따위 필요 없다. 유명한 분들의 오글거리는 멘트는 이제 식상할 때 되지 않았나? 예술을 사랑하지만 얄팍한 예술가 코스프레를 극도록 혐오한다. 내 사진을 '예술'이 아닌 '기록'으로만 규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술이란 거 시작하면 말이 많아지는 '저급한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미립자 같은 협소한 관점, 내 주변의 순간적 정황들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통근 버스, 지하철 낮은 조도의 조명 아래서 끄적인 글과 반복되는 내 동선 위의 시각적 기록이다. 여전히 내 사진은 관람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그 답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둔다.


After Life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아 사후 세계를 믿지 않지만 일찍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에게는 이승의 특권이 주어졌으면 한다. 어느 해보다 무거웠.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의 '숨'에 존중이라는 긍정적 생각도 가져본다. 마지막 순간, 내가 살아왔던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하고 그 점에 무엇인가 의미가 부여되기를...


 [D-18] 2022년 12월 9일 출근 버스에서




Part I : Avidity

쫒지 말고 욕망하라. 당신의 꿈틀 거리는 그 무엇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다.



Part II : Beyond reality

기록 사진은 사실적이어야 할까? 경계 넘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떠라.



Part III : Illusion

기억은 환각이다. 감각 기관을 관통한 정보는 뉴런과 시냅스를 통해 전기적 신호로 인코딩 되며 그것을 기억이라고 부른다.



Part IV : Inertia

내 사진에 속지 마라. 나는 시간과 순간의 관성으로 셔터를 누른다. 머릿속에 개념이 발하는 순간은 안타깝게도 그 이후다.



Epilogue


특정 사진작가에 심취해 그 성향을 집요하게 따라가고 복제하는 분만난다. 같은 카메라 모델이라도 그 작가와 동일한 28mm가 아니면 느낌이 안 난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그분들은 복제 자체미덕이고 비전이며 염원이다. 외적 복제에 있어서 그 사진작가에게 다가갈수록 방향은 명료진다. 결국 겉으로 보이는 그 복제된 스타일이 사진의 전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다이도 모리야마(森山大道), 이분이 지금까지 대가로 기억되는 이유는 카메라 브랜드, 화각, 스타일이어서가 아니라 그 시대를 그의 눈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좋았던 기억의 '망령'에서 벗어나라. '과거'에 정체되지 말고 '현재'를 기록하라. 타인이 되려 하지 말고 너의 삶을 살도록. 당장 컴퓨터 끄고 카메라 들고 거리로 탈출하라는 조언이다. 내가 한마디 했다고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지만...


몇 년 전부터 자전거로 운동을 하다 보니 관련된 유튜브나 블로그를 자주 접한다.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몇 년 전, 한국 고3 학생이 45일간 미국 LA에서 NY까지 자전거 횡단한 내용이다. 출국 하루 전날 담담한 소회의 글을 올렸는데 마지막 문장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마지막까지 방황하고 고민하다 가는 게 인생이라는 것이니'


어떤 마음으로 그 고행의 길 5,800km를 떠났을까?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게 되었을까? 여정의 마지막 날 밤, 뉴욕 타임스퀘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앞에 두고 맑은 웃음을 짓는 사진 한 장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정말 행복해 보여'


열 번의 내 온라인 전시를 돌이켜보면 '중립'기어의 느낌이 든다. 타인이나 외부로부터 얻은 영감이나, 자극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사진들. '중립'의 함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Psychedelic이라는 타이틀을 미리 마련해 놓았다. 그렇다고 절대적인 답안을 내놓겠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는 없기를. 내 사진은 개념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는 사진 장르가 아니지 않은가. 미친 듯이 찍다가 간혹 걸리는 거지. 자전거로 미국 횡단한 그 친구 말대로 삶은 마지막까지 방황하고 고민하는 거 아니겠나.


돈도 안 되는 거 매년 이런 거 뭐 하려 해?라고 묻는다면 그다지 드릴 말씀이 없다. 사진을 왜 찍는지 물어보는 것과 같고 왜 사는지 물어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록'은 인간의 본성. 루틴 한 전시는 나의 1년 치 일기를 다시 읽어보는 과정.


미천한 전시를 찾아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잊어서는 안 될 힘든 일을 겪었던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더불어 반걸음만이라도 성장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며 조용히 올해 전시 'PSYCHEDELIC 예고편'의 커튼을 닫는다.


아래 링크에서 당신의 시각적 목마름을 기다린다.


www.beyondframe.net






작가의 이전글 열번째 온라인 사진전을 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