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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림 Nov 03. 2020

우울한 기분 이겨내는 과학

건강한 정신으로 겨울나기

겨울철은 해가 짧고 추워서 몸도 마음도 많이 움츠러드는 시기죠. 이런 때 유명인사의 죽음은 때론 충격적이고 우울한 소식으로 다가옵니다. 우리의 감정이나 마음가짐을 생각대로 바꾸기가 쉽지는 않지만, 인간의 정서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에 대해 좀 더 안다면, 추운 나날을 보내기에 조금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과 SNS 사용 줄이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기가 됐습니다. 이러한 기기 사용이 청소년들의 정서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의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심리학 교수 장 트웬지에 따르면 스크린 앞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청소년에게서 자존감 감소나 불안감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1991년 이후 실시된 미국 50만 명 이상의 청소년 설문 조사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13~18세 소녀들의 자살률이 65% 증가했으며, 자살 충동이나 좌절감 등 부정적 정서에 대한 경험은 12%, 심한 우울증을 느끼는 경우는 58% 늘어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전자기기에 있었습니다. 하루에 5시간 이상 전자기기를 소비한 청소년 중 48%가 자살 관련 행동을 나타냈습니다. 장 트웬지 교수는 스크린에서 벗어나 타인과 교류하고, 스포츠나 취미, 숙제, 종교 활동 등에 참여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SNS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 더 불행하다는 또 다른 연구와도 연결이 됩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우울증과 SNS 사용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SNS를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7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출처 : 픽사베이


겨울을 견디기


날씨가 추워지고 하늘이 탁해지면 기분이 좀 더 가라앉곤 하죠. 계절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계절에 따라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해의 길이, 온도, 습도 등 계절의 변화는 사람의 신체 및 두뇌 활동에 영향을 줍니다.


벨기에 리에주 대학에서 뇌와 인지 기능을 연구하는 질레스 밴드웨일 교수는 28명의 실험 대상자의 인지 기능을 1년 간 조사했습니다. 사람들은 계절마다 일광이나 기온 변화 등 계절적인 영향이 차단된 실험실에서 4~5일을 보내며 주의력과 기억력 등을 테스트받았습니다.


실험 대상자들의 뇌 활동을 분석한 결과, 집중력은 6월, 즉 여름에 정점을 이뤘고 동지가 있는 12월에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또 기억력은 가을에 가장 뛰어났으며, 봄 춘분 때 가장 떨어졌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가을과 겨울에 계절성 정서 장애(SAD) 증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가 달라질 뿐 아니라 학습에 관련된 일부 뇌 단백질의 분포도 다르게 나타나는데요. 겨울에는 전반적인 뇌 인지 활동이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출처 : 픽사베이


잠을 충분히 자기


일반적으로 수면 부족, 특히 불면증은 정신 건강 상태에 악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수면장애는 자살 충동에 대한 경고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진은 50명의 학부생에게 수면 추적 장치를 부착해 7일 동안 수면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그들의 자살 충동, 우울증, 불면증, 악몽, 알코올 의존 여부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진은 학생들이 불면증 및 악몽의 증상이 심해질수록 자살 충동도 거세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발견했습니다.


수면 부족이 자살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뇌에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부위와 수면과 관련된 회로 사이에 중복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면을 방해받으면 기분도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출처 : 픽사베이


뉴스를 멀리 하기


자살은 전염성이 있는 현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명인의 죽음이나 뉴스에서 다뤄진 자살 방식은 종종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망하는 대상이나 유명인의 죽음을 모방하는 것을 뜻합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는 주인공 베르테르가 사랑하는 여인과 사랑을 이루지 못한 상심 끝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소설 발매 당시인 1770년대, 유럽 전역에서 목숨을 끊으려는 젊은이들이 괴테가 묘사한 옷을 입고 비슷한 권총을 사용해 자살을 시도해 사회적인 문제가 됐습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유명 인사의 자살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보도가 실제로 자살 시도와 생각을 부추기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1962년 마릴린 먼로가 사망한 이후 30대 여성의 자살 위험도가 더 켜졌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유명인이 사망한 뒤 같은 성별의 사람들에게 더욱 자살률이 증가했습니다.


출처 : 픽사베이


미디어를 바로보기


미디어가 자살을 전염시키는 베르테르 효과가 있다면, 반대로 파파게노 효과(Papageno Effects)도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새잡이꾼 파파게노는 사랑하는 연인이 사라지자 괴로움 속에 자살을 시도합니다. 이때 세 소년이 나타나 노래를 들려주자 파파게노는 죽음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합니다.


파파게노 효과는 자살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한 보도를 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말하는데요. 영국의 왕립 정신과 의사 협회가 발행하는 BJPsych에는 자살에 대한 개념적인 보도, 자살 방지를 위한 공공 지원 서비스를 위한 연락처 정보 등은 자살 방지 캠페인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TV와 영화에서의 자살에 대한 가상의 묘사와 관련된 연구 결과는 더욱 복잡합니다. 영화나 TV에서 자살 행위의 허구적 묘사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여부는 확실히 결론짓기 힘듭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13가지 이유(13 Reasons Why)’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한 십 대 여학생이 자살을 한 뒤, 주변인 13인에게 녹음테이프를 보내 자신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알리는 내용입니다.


출처 : 넷플릭스

이 드라마는 청소년 문제, 성폭력, 자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현실적인 묘사가 오히려 자살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스위스에서 심리학과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마커스 쇼퍼는 “자살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그 원인의 단순화는 매우 위험하다”며, “자살은 낭만적인 슬픔 또는 괴롭힘으로 인해 저지르는 것이 아닌 좀 더 복잡하고 중요한 원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자살에 대한 양면적인 영향을 모두 끼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공중보건대학원 교수인 존 에이어스의 조사에 따르면, 드라마가 방영된 후 ‘자살 방법’에 대한 검색과 함께 ‘자살 예방’에 대한 온라인 검색율이 동시에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넷플릭스 측은 CNN을 통해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에 매우 어려운 주제를 던지는 ‘실험적 연구’라고 밝혔습니다.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 참고 및 출처

https://www.livescience.com/53643-your-brain-works-differently-seasons.html

http://www.independent.co.uk/life-style/health-and-families/understanding-disturbed-sleep-could-help-prevent-suicide-a7816191.html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7/11/171114091313.htm

http://bjp.rcpsych.org/content/197/3/234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internalmedicine/article-abstract/2646773?redirect=true


기사 원문 https://dongascience.com/news.php?idx=20835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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