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J Jan 06. 2021

카레 우동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카레 우동을 싫어했을까










카레 우동 좋아하세요?




 무려 십여 년이 훨씬 넘은 얘기다. 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 "카레도 우동도 좋아하지만 카레 우동은 도무지 먹고 싶지가 않다"라는 구절을 발견하고 웃고 말았다. 위대한 소설가에게 카레 우동은 이해하지 못할 퓨전 음식이었나 보다. 하루키에게 카레 우동은 어떤 음식이었을까. 마요네즈로 버무린 사라다에 귤을 넣었을 때의 느낌이려나. 잔치라는 이름이 더 잘어울리던 어렸을 때 결혼식에서 종종 먹었던  사라다 말이다. 샐러드 아니고 사라다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그 음식.  역시 귤도 마요네즈도 좋아하지만 귤이 들어간 사라다는 도무지 먹고 싶지가 않으니까.


 그 때만 해도 카레 우동은  궁합이  맞는 음식이라고 봐야 하지 냐며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카레우동은 각각 일본인의 소울푸드라고도   있을 만큼 역사와 의미가 있는 음식이다. 처음 카레 우동이라는 메뉴가 나왔을 때 누군가는 좋다며 환호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두가지를 섞는다는 것이 거부감이  수도 었겠다. 내 기억에도 10년 전 쯤 스쿨푸드에서 처음으로 로제 떡볶이가 나왔을  환호하는 사람들과 별개로 떡볶이는 떡볶이다워야지라고 말하던 가 있었다.


 이미 꽤나 오래된 이야기라 지금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떨까, 물어보고 싶다. 여전히 카레 우동을 싫어하나요? 대답을 알 수 없지만 하루키라면 왠지 그럴  같다.


 카레 우동 생각을 계속 하다 보니 문득 카레 우동이 먹고 싶어졌다. 도쿄 작은 동네 한구석의 마찬가지로 작은 식당 안, 나무색의 테이블들이   놓여있고, 햇살이 적당히 비치며, 조용히 일하던 직원이 와서 작은 얼음 알갱이가 가득한 물통을 건네주는 그런 집에서 만날법한 카레 우동이 갑자기 그리웠다.


 카레는 종종  먹지만 카레 우동은 일본 식당이 아니면 좀처럼 먹는 일이 없기에,  번도  먹어  적이 없었다. 카레우동은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음식이어서, 웬만하면 식당에서 먹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있어 보이지만 별게 아니고 처음 먹었을 느낌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처음 카레 우동을 먹었을 때가 거의 20년이 넘은  오래전인데,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위에  것처럼 자그마한 가게였다.
 카레에는 , 인도 카레에는 , 더해봤자 돈가스 정도일까, 다른 것에 먹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상상력도 경험치고 낮았던 어린 때라 카레와 우동의 조화는 신선했다. 기대를 했었고  입을 댔을 때는 , 탄성을 지르며 무척 좋아했다. 일본 특유의 쫄깃한 우동과 카레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기 때문에 이후 줄기차게 카레 우동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카레 우동 먹자고 도쿄로 날아가 젯셋족도 못되지만, 코로나로 일본에 가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버려서 집에서 카레 우동을 만들었다.


 당근, 새송이버섯, 양파  냉장고에 있던 재료를 넣고, 얇은 우삼겹을 살살 볶아 s&b 골든카레 매운맛을 풀어내 푸근히 끓여냈다. 우동은 국내 시판용의 식감을 그리 믿지 못하는 탓에 풀무원에서 나오는 생칼국수면을 삶아냈다. 냉우동 파스타를   써봤는데 꼬들한 식감을 내기 때문에 우동 대신 사용하기에  만족스럽다.


 그렇게 간단하게 카레 우동을 만들어 시치미를 뿌려서 먹었다. 풋풋한 기억의 그때와 같은 감동느낄  었지만, 카레와 우동의 조합이 이 없을리가. 다르면 어떠랴. 카레 우동 한그릇을 금새 비워버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