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당신을 다 아는 줄 알았지만...
주영헌
얼음으로 조각한 횡와상(橫臥像)처럼
당신 흘러내립니다
마음 깊숙이 숨겨져 있던 샘이 터진 것입니까
뚝뚝 떨어지는 투명한 물방울들
멈추지 않습니다
저 고인 샘물을 내가 마신다면,
당신 슬픔의 내력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의 주름에 침식된 아픔의 알갱이
그 하나하나를
내 마음처럼 주워 모아
목에 걸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샘물로
찻물을 끓여 차를 마십니다
당신이라는 비중으로 한껏 무거워진 푸른 찻잔
사랑해서,
당신을 다 아는 줄 알았는데
당신이 얼마나 쓴 마음을 흘렸었는지
아는 것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주영헌 시인은...
∘ 시 낭독에 진심인 시인.
∘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신인상(시), 2019년 불교문예 신인상(평론)으로 등단
∘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외
∘ 김승일 시인과 함께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일 아침 6시 30분 소셜앱인 <클럽하우스>에서 「시로 시작하는 아침」을 진행하는 등, 시·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