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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May 02. 2024

연구원인데요, 행정직으로 전환해도 될까요?


연구원과 행정직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 괜한 꿈을 꾸는 걸까요?
개미/공공기관/연구직/5년 차

석사 후 연구원으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계약직을 전전하며 살아가다 보니, 전공 공부에 100% 집중도 못하고 연구직이 아닌 행정직으로 업무 전환을 하려고 이력서를 쓰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이도저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계속 망설이고만 있습니다.
 
그냥 현실적으로 전문직 공부는 접고 합격하는 곳에서 행정직으로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걸까요? 
내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공하고 싶은데, 욕심은 많고 현실은 잘 모르는 걸까요?
연구직으로는 도저히 정착할 자신도 없고 제가 연구직이랑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연구직에서 행정직으로 전환한 후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스트로베리베리 / 공공기관 / 연구 / 4년 차


정확히 제가 하던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답변을 적게 됐습니다. 

저는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까지 진학을 했지만,  박사과정 내내 연구직이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연구 성과도 나오지 않고 회의감만 들더군요. 


그러다 박사과정 2년 차에 공공기관에서 행정연구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용기 내어 이력서를 제출했어요. 그렇게 저는 길고 긴 연구실 생활을 끝내고 지금은 공공기관에서 행정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직함은 연구원이지만 저의 주된 업무는 행정업무고, 부수적으로 연구를 수행합니다. 일을 해보니 행정직이 적성에 맞아 업무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고, 연구 경력은 부수적으로 맡겨지는 연구 과제에서 조금씩 발휘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과연 잘한 선택일까 걱정되었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단 한 번도 이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연구생활이 기대했던 것만큼 저에게 보람을 가져다주지 않았고, 연구 성과를 냈을 때 얻는 만족감 보다 쌓이는 스트레스가 더 컸던 것 같아요. 


먼 훗날 지금의 생각이 바뀌어 다시 연구직으로 전환하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지나, 고민될 때는 부딪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두시면 좋겠어요. 저 역시 치열하게 하던 고민이고 가장 힘들었을 당시의 고민이라 개미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어떤 선택을 하시던 그걸 정답으로 만드시는 개미님이시길 바랍니다.


연구를 아는 행정 전문가로 일하고 있어요

K / 제약 업계/임상/10년 차


과학계에서 석사를 마치고 연구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석사와 연구직 사이에는 실험과 연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회사는 학교와 달리 이익추구 집단이라는 차이가 존재했어요. 학교에서는 내 연구 주제를 잡고 좁고, 깊게 공부했다면, 회사에서는 회사가 가고자 하는 이익추구의 방향과 나의 연구를 일치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어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다녔던 회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요구받는 선이 존재했고, 그 선이 매우 부담스럽고 때로는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분야를 조금 틀어 직접 실험을 하는 대신 연구를 문서화하는 직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파이펫을 잡고 실험복을 입어야만 일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그때의 경험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며 문서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시작부터 행정업무만 해온 동료들과 달리 연구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 보니, 연구 업무 협조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더 큰 것 같아요. 


행정직은 연구직에 비해서는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문성이라는 것은 "내가 그 일을 누구보다 잘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고, “나에게 물어보면 다 해결될 수 있다”는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저는 행정직에서의 전문성을 갖췄다고 (저 스스로도 그렇게 주문을 걸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분야에 따라 업무 형태는 많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연구직으로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된다면 행정직으로의 전환도 조심스럽게 추천드리고 싶네요. 행정직으로 전환해 보고 도저히 못하겠다면 다시 연구직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저도 많은 이직을 해봤고 여러 업무를 경험해보며, 어떤 환경과 어떤 업무가 좀 더 나에게 맞고, 맞지 않는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상관없는 업무를 하고 있는 듯 보여도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일에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도 많고요. "개미"님도 행정직으로의 업무 전환이 내 전문성을 잃어버리는 듯한 불안감을 느끼실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젊을 때 경험해 보는 다른 경험은 추천드립니다. 그러다가 인생은 또 새로운 길을 보여줄지도 모르니까요.


마흔 살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매일매일 이게 내 적성에 맞는 일인지 내 선택이 맞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내 인생을 끌어 나가는 일은 세월이 흘러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연구자의 길로 갈 수 있는 대학교 행정직도 고려해 보세요

별이날다 / 교육업 /성과관리 /7년 차 


저는 연구원에서 4년간 위촉연구원으로 일하고, 박사는 엄두가 나지 않아 행정직으로 분야를 바꿔서 일하고 있어요. 공공기관, 전문기관도 좋지만 대학교에서 일하면서 시야를 넓혀보는 것은 어떠세요? 대학교도 행정직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2년간 계약직으로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기회도 있고요. 대학교에서 근무하면 방학 동안은 단축근무도 있고, 재직자 등록금 감면 정책을 활용해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겼을 때 박사과정을 밟는 것도 용이합니다.


저도 제 경험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서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을 만나니 너무 반갑고, 제가 해왔던 경험들이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조언드려 봅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시길 추천드려요

minhye seo / 유통업계/품질보증/11년 차


제가 10년 전에 했던 고민과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저도 석사 졸업 후 대기업 연구직으로 입사했어요. 업무 특성상 화학물질을 많이 다뤄야 하다 보니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제 성향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연구업무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게 직무전환의 이유가 되었죠. 결국,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다른 업계의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면 연구원 업무를 조금 더 유지하면서 고민을 해보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요. 당시에는 이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는 것이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회사 내 업무이동 등 충분히 선택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조금 더 숙고해서 결정하시면 어떨까요? 내 분야의 전문가로 성공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롤모델로 삼을만한 업계 전문가가 쓴 책을 몇 권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한번 살펴볼 수 있고, 그게 개미님이 원하는 미래상과 일치하는지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개미님은 일에 대한 열정이 큰 사람이에요

개미님이 연구직과 행정직을 두고 갈등하는 이유는 “더 좋은 선택"을 갈망하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고민은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줍니다. 지금의 고민으로 인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게 될 테니, 지금의 고민을 밀어내지 말고 적극적으로 품어보세요. 


연구직과 행정직의 장단점을 나만의 기준으로 평가해 보세요

리서치, 트렌드 검색, 업계 전문가의 저서, 선배, 동료들과의 미팅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보세요.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연구직과 행정직의 “객관적인" 특징을 나열해 보세요. 여기서 객관적이라고 강조한 것은 객관적인 요소 중에서 나에게 중요한 요소를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에요. 


객관적인 특징을 늘어놓았다면 각 특징별로 나에게 긍정적이면 + 표시를, 부정적이면 -로 표시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각각의 특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3개만 골라 가중치 비교를 해 봅니다. 이러한 과정은 선택의 요소를 객관화하기 위한 노력이지만, 막상 내 마음은 다른 선택은 원할 수도 있어요. 개미님의 마음을 상상해서 표를 작성해 보았으니 참고해서 작성해 보세요. 


어느 쪽이든 선택했다면, 3년은 선택에 집중해 보세요


어떤 쪽으로든 선택을 했다면 “일정 기간 동안은 몰입하는 경험"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기약 없이 몰입하는 건 더 좋은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니 기한을 정해두면 좋아요. 예를 들어, 행정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심했다면 “3년 동안은 내 선택에 최선을 다한다.” “3년 동안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가시적인 한계치를 정해둘 필요가 있어요. 


3년 정도의 기간은 조직에서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고, 커리어 역량을 검증할 수도 있는 기간이라 다시 이직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긍정적인 평가요소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정한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았다면, 그러한 노력이 또 다른 기회의 문을 열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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