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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May 05. 2024

관계가 힘들어요. 프리랜서로 일해도 될까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면 좀 나을까요?

                                        ✍️ 디자인 업계 디자인 9년 차 송바니 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데, 조직을 떠나 프리랜서로 일하면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까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게 더 맞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삶의 장단점도 궁금해요"

"만약 제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고객 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중요해요

허 00 / 그래픽 / 영업 / 9년 차


프리랜서도 인맥관리가 필요해요

저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굉장히 서툰 성격인데요, 저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조직에 있을 때보다 확실히 적었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결국 인맥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단가 수준도 에이전시를 통해서 받는 것보다 지인들에게 받는 게 훨씬 좋고요.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프리랜서로 일하더라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요. 


인맥 관리뿐 아니라 잔고 관리가 필요하고요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고정수입 없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해 두는 게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일이 조금만 끊겨도 불안한 마음에 아무 데나 취직하고 싶어지거든요. 


안정적인 삶보다는 모험가에게 적합해요

프리랜서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도전적이고 불안을 견디는 모험가 기질이 있어야 해요. 일이라는 게 엎어지기도 하고, 약속된 물량이 줄기도 해서 수입이 들쭉날쭉하거든요. 일감이 언제 끊길지 모르기 때문에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심정으로 일하다 보면 건강을 챙기기 어렵고요. 하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정말 커요. 저는 집순이라서 사람들을 만나는데 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몇 개의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등록하고 일을 해보시면 시장에서의 단가 수준과 나의 경쟁력을 파악해 볼 수 있어요. 지금 디자인 업계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번역 쪽에서는 이미 10년 전에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감수만 외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했는데요, 최근 AI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디자인 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미지 자체는 AI로 생성하고 리터칭만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요. 이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외주비용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들도 디자이너의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처리해야 하니 소통의 총량이 더 많아요

ㄹㅋ / 게임업계/ 원화/ 3년 차(프리 9년)


저도 내향형이라서 프리랜서 생활이 천직일 줄 알았지만 제가 생각 못한 점들이 너무 많았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많이 갑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플랫폼에 올리고, 홍보하고, 계약서 검토하고, 고객들과 소통하고, 정보나 인맥을 얻기 위해 업계에서 활동하는 동료들과도 교류해야 하니까요. 


직장 안에서는 예측 가능한 사람들과 만나면 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야 하고, 회사 내에서 하는 커뮤니케이션 보다 임기응변에 능하고 적극적이어야 해요. 어렵게 커뮤니케이션을 해도 모든 건이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국내 그래픽 시장이 포화인 상태라 소수의 인기 디자이너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디자이너에게 돌아가는 일감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프면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능력과 역량,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회사생활보다 더 많은 수입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프리랜서 생활이 잘 맞는 분들은 자율적으로 일과를 계획하는 것을 선호하고, 조직문화에 얽매이는 것이 싫거나, 개성이 뚜렷한 분들, sns의 특성에 맞게 셀프 브랜딩을 능숙하게 잘하는 분들이에요. 


저는 프리랜서로 일해보고 난 후 스스로를 포장하고 내비치는데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시 회사로 돌아갔어요. 부디 송바니 님의 상황에 맞는 선택으로 즐거운 날들 보내시길 응원할게요. 



세상의 모든 조언은 1인칭 주관적 시점일 수밖에 없어요. “진심을 다해 조언을 건네지만" 나와는 상황도 니즈도 다른 사람들의 조언이니까요. “남들이 된다”라고 해서 되는 것도, “남들이 안 된다"라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니 송바니님에게 건네는 조언들을 참고하시되, 자신만의 답을 현명하게 찾아가시길 바랄게요. 


프리랜서는 1인 사업가예요

프리랜서는 본질적으로 1인 사업가예요. 돈을 버는 것도 나, 비용을 관리하는 것도 나 자신입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해내야 해요. 이러한 환경이 잘 맞는 사람들은 주도적으로 일하면서 더 많은 돈과 더 높은 자유도를 누리고 싶은 사람들이에요. IT기술의 발달로 (개발자,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독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 프리워커스클럽솔로프리너 )도 생겨나고 있어요.


하지만, 프리랜서는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업무의 A ~ Z를 나홀로 처리해야 하니 불안과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좋기만 하고, 나쁘기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회사생활에서 느껴지는 불편(만족)과 독립했을 때의 불편(만족)을 비교해서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시길 추천드려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과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것도 본질은 같지만 세제혜택 면에서 차이가 있으니 이러한 점에 대해서도 살펴보세요. 


1년의 기간을 두어 준비해 보세요

프리랜서로 독립하겠다는 결심을 한 경우라 하더라도 1년가량의 시간을 두어 준비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생각만으로 고민하는 것과 실제 경험해 보는 건 완전히 다르니까요. 프리랜서 플랫폼(숨고, 크몽, 원티드긱스)에 포트폴리오를 올려서 일을 받아 수행해 보고, 지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려서 일을 받아서 해보세요. 

디자인 업무 영역 중에서도 내가 갖고 있는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를 확인해 고객을 공략하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어요. 


나에게 맞는 일을 디자인해 보세요

20세기에는 전문성에 영어실력을 더하면 최소 50% 이상 몸값을 높일 수 있었어요. 하지만 21세기에는 영어가 하던 역할을 인공지능기술이 차지하고 있어요. 변호사들도 챗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답니다.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개발해야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방향성 속에서 내가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는 나의 역량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세상은 인공지능의 발달과는 반대로 가는 영역도 존재하니까요. 


송바니님은 디자이너 이시니 세상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는 훈련이 되어있을 거예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 머물기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디자인 관점을 더해 나만의 강점을 키워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골로 귀촌해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리틀타네 님, 북스테이를 비대면으로 운영하고 있는 춘천일기 스테이도 참고해 보시고 하동에서 차밭을 일구는 요리곳간 같은 팀에 디자이너로 합류해 일하는 것도 송바니님의 디자인 역량을 살리면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선택이든 지금의 고민이 송바니 님에게 더 멋진 결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거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충분한 고민과 준비의 시간을 거쳐 행복한 소식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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