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있다 Vs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
딱딱님:
지금 직장에서 5년을 꼬박 채우며 열심히 일했어요. 이제는 비전이 없는 조직을 벗어나 내 커리어에 날개를 달고 싶어요. 반년 정도 고민을 했고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결론이 내렸거든요. 얼마 전에는 회사의 압박에 하루 종일 울었는데, 이게 하나의 신호라고 생각했어요.
퇴사한 후에는 제가 그동안 해온 일들을 정리해서 도전해 보려 해요. 하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지인들은 환승이직을 하라고 하세요(대부분 40대 이상).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갭이어? (갭 month?) 기간을 가지면 안 되는 건가요?
차차 님:
지금 직장에서 3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의 성향과 맞지 않는 일이라는 걸 1년 차에 느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노력해 보자 다짐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여전히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며 이직을 준비 중이지만 하루하루 출근하기 힘들고 압박감이 큽니다. 아직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퇴사를 하는 게 괜찮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도 답이 나오질 않네요.
퇴사 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도 괜찮을까요?
딱딱님과 차차 님이 상황은 다르지만 "준비 없이 퇴사해도 되냐?"는 질문을 주셨어요.
제 의견을 전해드리기 전에 (이미 알고 있겠지만) 타인의 조언을 활용하는 법에 대한 당부를 전해 볼게요.
학교와 달리 세상에는 커리큘럼도, 정답도 없어요. 나에게 주어진 선택의 순간을 잘 고민해서 나만의 답을 찾아 쌓아 올리면 그게 "내 인생"이 되는 겁니다. 저라고 완벽하냐고요? 그럴 리가요. 안갯속 같은 인생길을 조금 더 자신답게 살아가려고 오늘도 애쓰고 있어요.
제가 건네드리는 조언은 "그렇구나" 정도로만 활용해 주시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어떠한 선택도 결국 괜찮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세요.
퇴사를 만류하는 분들은 모두 딱딱님을 진심으로 아끼는 분들이에요. 하지만, 부모님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은 직업 환경에 변화가 많고, 무엇보다 그들이 건네는 조언은 "일반론"이에요. 일반론은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으니 결국 내가 나의 욕망을 잘 살펴서 선택해야 합니다. 저도 무턱대고 "하고 싶은 일도, 준비도 없이 퇴사한다"라고 하면 일단 만류하지만, 딱딱 님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딱딱님은 하고 싶은 일은 일에 대한 열정이 턱까지 차오른 상황이잖아요? 이건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행운이에요. 5년 정도 직장생활을 열정적으로 했다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익숙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어요. 조직에 머물면 리더십을 쌓고, 팀을 이끌며 승진하는 루트를 타게 될 거예요. 하지만, 조직형 인간이 아닌 이들에게는 이 즈음이 "내 거" 하기에 딱 좋은 시기이기도 해요.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많은 조직을 벗어나 맨땅에 헤딩해 볼 수 있는 용기와 경험이 있는 상태니까요.
조직은 (당연히!!) 개인의 존중 보다 집단의 성취가 더 중요해요. 한, 두 사람 때문에 조직의 성과가 달라지면 안 되잖아요? 조직의 자원을 써서 해내는 일은 기대치가 높으니 자꾸 싹이 잘리는 것도 당연하고요. 열정적이고도 현명한 개인은 조직의 리소스를 활용해 위험은 줄이고, 성취를 높이며 승진하는 게 조직형 인간의 성장과정이죠. 그러나 조직에서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습니다. 임원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비율은 1% 미만이고, 억대 연봉이라고 해도 내 손에 쥐어지는 건 얼마 되지 않아요. 50세가 되기 전에 조직을 나가야 하는 게 직장인의 슬픈 현실이기도 하고요.
조직형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은 딱딱님이 "내 인생에 기회를 한 번 주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과감히 "갭이어"를 가져 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물론, 회사를 떠나면 배고프고, 불안한 삶이 펼쳐질 거예요. 하지만, 2년 동안 인생학교에 다닌다고 생각하고 (회사에도 대학원 진학 준비한다고 말해도 좋아요) 나에게 기회를 줘보세요. 시도해 보고 안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적으로 투자한 시간과 실력은 나에게 더 좋은 기회를 안겨줄 거예요. 분명히요!
요즘은 기업에서도 "흙 묻은 경험"이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넘어지고, 깨져본 사람들이 조직에 합류하면 활력을 안겨주고, 스스로 월급을 만들어본 사람들은 조직이 주는 기회가 "당연하지 않다"는 걸 잘 아니까요.
제가 커리어 고민상담소에 쓴 "부업을 본업으로 할 시점이 왔어요"를 읽어보시면,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딱딱님이 써 내려갈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가 기대됩니다.
혼자만의 고민을 제게 적어 건넸다는 사실만으로도 "하고픈 일"을 찾고 싶은 차차 님의 "용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해야 하는 일"을 겨우겨우 해내며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 하는 일에서 희망을 품기 어려우니 시간 때우며 일하기 --> 실력저하로 갈 곳 없음의 악순환 루프를 타게 되죠. 차차 님은 그런 루프를 타지 않겠다는 "욕망"을 갖고 있고, 그러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불만족스러운 오늘을 더 나은 내일로 만들고 싶은 거고요.
우리의 교육제도와 사회환경은 첫 직장에 들어갈 때까지 숨 돌릴 틈 없는 레이스를 달리도록 강요하고 있어요. 그러니,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드는 시기가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밀려납니다. 10대와 20대 초반에 이런 고민을 끝내고 20대 중후반부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니, 지금부터 고민해서 더 나은 선택을 하면 됩니다.
차차 님이 적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생각해 보면 좋을만한 포인트들을 몇 개 짚어드릴게요.
어느 대기업 사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러 갔을 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대표님은 우리 회사가 다닐만한 회사라고 생각하세요?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주니어 사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였으니 저는 확고하게 답변했습니다.
아무리 00한 회사라도 2년 차에게는 다닐 이유가 충분하다
세상에 완벽한 직장이란 없어요. 어떤 직장이든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3년 에서 5년 까지는 "직장생활"이라는 낯선 세계에 나를 적응시키는 시기예요. 돈 내고 다니던 학교생활, 나에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지원을 해주는 가정생활과는 달리 직장생활은 "돈값"을 해내야 하는 리얼월드입니다. 그러니, 불만, 불편, 억울이 세트로 따라옵니다. 그러한 불합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가져가야 할 것들과 버려야 할 것들을 추리는 훈련을 이 시기에 해야 해요. 이 기간이 빠르면 2년, 늦으면 5~6년까지 필요합니다.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에는 회사의 좋은 점은 누리고, 안 좋은 점은 무시하면서 "나만의 기준"을 찾아야 해요. 동시에 어디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일의 기본들을 갖춰야 하고요. 입사할 때는 특정 하드스킬을 갖췄느냐가 기회의 문을 열어주지만, 일의 세계에서 진짜가 되려면 "하드스킬"을 떠받치는 단단한 "소프트스킬"을 갖춰야 해요. 소프트스킬은 오히려 악조건 속에서 더 단단하게 키울 수 있어요.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과정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되니까요.
그러니, 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든지 필요한 일의 기본을 갖추고 있나?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세요.
아직 일의 기본이 부족한 상태라면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없으면 외부 강의나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세요. 내일채움공제를 이용하면 "직장인"의 특권을 누리며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껏 배울 수 있으니 활용해 보시고요.
제가 커리어레벨업 수업에서도 본격적인 커리어 탐색 전에 "기본을 먼저 확인하도록" 아래의 내용을 넣어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적어주신 내용을 살펴보면 차차 님은 퇴사 후 무소속의 기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 같아요. 건강상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장 stop버튼을 눌러야 하지만(이에 대한 내용은 "번아웃이 심하게 왔어요" 참고 ) 그렇지 않다면 차근차근하고 싶은 일을 탐색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출근하기 힘들고, 부담감이 크다"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찾아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문제해결에 다가갈 수 있어요.
저는 동료와의 갈등이 심해서 스트레스가 컸던 시절이 있었어요.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싫은 거 있죠?
그런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마음이 힘들어서 운동으로 잊어보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읽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상황은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생각을 바꾸니 고통과 갈등이 사라지는 게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동료는 단점만 있는 게 아니라 장점도 많았거든요.
제가 단점만 보고 불편해했던 거예요.
지금 회사에서 느끼는 불편을 불편으로 느끼지 않을 수는 없는지 생각해 보세요.
아직 직장생활 3년 차라면 마인드 컨트롤에 대한 훈련이 필요한 시기이니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자세한 내용은 "번아웃이 심하게 왔어요" 글을 참고해 주세요.
지금의 고민이 더 큰 성장의 지렛대가 되어줄 겁니다.
그 어느 때 보다 더 고민하는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