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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현수 Oct 22. 2016

서번트

1.

모월 모일, 고3 수험생인 S는 인적이 드문 공사현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둔기에 의한 두부손상으로, 부검 결과 두개골이 골절되었으며 두개내출혈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였다. 범인이 S를 살해하는데 사용한 둔기는 야구방망이였으며 피가 묻은 채 시신의 바로 곁에 떨어져 있었다.


사건의 진상과 범인의 윤곽은 비교적 쉽게 드러났다. 현장 여기저기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의 발자국이며 머리칼, 야구방망이의 지문까지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응급처치를 시도한 흔적도 있었다. 우발적인 살인일 가능성이 있었다. 너무도 허술해 보일만큼 증거는 명확했다. 유력 용의자가 곧 검거되었다.


놀랍게도 붙들린 용의자는 S의 시신이 공사현장에 있다고 제보한 최초 신고자였는데, S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며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급우, L이었다. L은 검거 당시 묵비권을 행사했다. 내내 침묵을 지키던 L을 변호사가 도착하자 처음으로 입을 열어 한 말은 "그건 실수였다."는 말이었다. 물론 매우 상투적인 변명에 불과했다. L의 입이 터지자 재차 형사들의 신문이 이어졌는데, L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주장을 했다.


"S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때린 것은 내가 맞다."는 말에 이어 L은 곧장 "하지만 그건 자살이었다."는 말을 했다. 취조를 하던 형사들, 변호사까지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상식적으로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때린 가해자가 곧 살인 당사자라는, 변호사의 과히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에도 L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S가 L에게 직접 부탁했다고 했다. S가 제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때려달라며 간곡히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L은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S의 설득은 끈질겼고, 마침내 L이 S의 청을 들어주기에 이른 것이다.


허나 형사들은 처음 L이 "실수였다."라고 말한 것을 들먹이며 그건 대체 무슨 뜻이었냐며 물고 들어지자 L은 허를 찔린 듯 잠시 머뭇거렸다. 경찰은 옳다구나 싶어 L을 어르고 달래며 "그럴 수 있다", "어쩌다 실수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세상 일이 그렇다.", "시원하게 인정하면 법정에서나 자신에게나 더 나을 것이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L은 형사들의 말에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재차 입을 열었다.


"그게 그러니까,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2.

L과 S는 고등학교 시절 내내 같은 반이었다. 누구보다 사이가 좋았다. 둘은 전교에서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이었고, 모두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다. 실상 자신들의 의지와는 큰 관련이 없는 목표였다지만, 어쨌거나 그런 목표나마 있으니 공부도 하게 되는 것이다.


둘은 고3 수험생이 된 뒤로도 늘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했다. 그러나 사이가 틀어지거나 한 적은 없었다. 집도 가까워 시험기간이면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고, 부모님들도 서로 잘 알고 지냈다. L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했고, 야근도 잦았다. L의 집이 자주 비는 만큼 S가 L의 집에 놀러가곤 했다.


S는 늘 자신이 공부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한탄하곤 했다. S는 늘 L에게 자신은 머리가 좋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L의 생각은 전혀 달랐는데, 뭐랄까 S는 이해나 수리능력이 상당히 뛰어나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도 척척 쉽게 풀어내곤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S는 암기에 약했던 것이다. 아무리 이해력이 뛰어나다한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암기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S는 몇 번을 읽어도 시험을 볼 때면 좀체 외웠던 것들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암기를 할 때면 꼭 연습장에 몇 번씩 써 내려가며 우격다짐으로 외우곤 했다.


L이 보기에 S가 평소 달고 다니는 자아비판의 궁극적 원인은 S가 가진 심적 부담감이었다. S는 각각 한 살 터울의 형과 누나가 있었고, 모두 서울대 의대를 다니고 있었다. 형은 수능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할 정도의 수재였고, 누나는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허나 S는 L에게 뒤쳐져 2등을 할 때도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자신의 재능이 부족한 탓이라 여기는 것도 한편으론 이해가 갔다.


수험생이 된 뒤로 S의 비관은 더욱 심해져서 나중엔 가벼운 우울증이 의심될 정도였다. S는 L에게 "도저히 외워지지가 않는다." "다음 날이 되면 까먹는다."라는 말을 자주 건넸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S는 갑자기 L에게 "뭔가 방법을 찾은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 이후로 S는 주말엔 도서관에 거의 나오질 않았으며, 수업시간에도 골똘히 홀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많았다.


무슨 일이냐 묻는 L에게도 "나중에 알려주겠다."며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모의고사가 한 차례 있었는데 S는 1등도, 2등도 아닌 5등을 했다. 허나 S는 전과 달리 여유만만이었다. 혹여 낙심했을까 위로를 건네는 L에게 “괜찮아. 어차피 수능만 잘 보면 되는 거 아냐?”라는 말로 답했다.


그렇게 몇 달쯤 지났을까? 수능시험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 S는 깊은 밤 갑자기 L을 불러냈다.


S가 L을 불러낸 곳은 시공사의 부도로 공사 진행이 잠시 멈춘 곳이었다. 거의 폐허나 다름없는 데다 밤이면 원체 어둡고, 가끔 불량한 아이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본드를 불어댄다는 풍문도 있던 지라 L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으슥한 공사현장에 발을 들였다.


S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콘크리트 기둥만 듬성듬성 솟아있는 사방이 개방된 건물, 구석에 있는 계단에 앉아 있다가 L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L에게 걸어왔다. 한쪽 손엔 기다란 야구방망이를 쥐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L이 불안한 듯 묻자 S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답도 없이 스윽 야구방망이를 내밀었다.


“이거 받아.”

“뭐야 갑자기?”


L이 어이가 없다는 듯 S를 보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L은 그제야 S의 머리 한쪽이 쥐가 파먹은 것처럼 머리칼이 잔뜩 뽑혀나가고 없는 것을 발견했다. L은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에서도 그 모습을 보곤 웃음이 터졌다.


“푸하! 너 머리 왜 그래? 맹구냐? 어디서 그랬냐?”


S는 대답은 않고, 야구방망이만 내밀었다. L은 일단 야구방망이를 받아 들었다.


“뭐야?”

“자세한 건 묻지 말고, 여기 보여?”


S가 머리칼이 없어 푹 파인 머리 쪽을 보여줬다. 가만 보니 매끈하게 밀려 있는 것이 일부러 면도를 한 것 같았다. 깨끗한 두피 위로 엄지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로 작게 X자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L은 재차 웃음을 터트렸다.


“야야 그만 좀 웃겨라. 이거 뭐야? 뭐로 그린 거야?”

“빨간 매직으로 그렸는데, 아무튼 잘 보이지?”

“푸하하- 잘 보인다! 그런데 그건 왜?”

“야구방망이로 정확히 그 지점을 때려줘.”

“뭐?”


L이 눈살을 찌푸리자 S가 재촉했다.


“빨리! 때리기 좋게 내가 무릎 꿇고 있을 테니까........ 알겠지?”


S는 다짜고짜 무릎을 꿇더니 L의 허리춤에 머리가 오도록 했다.


“풀스윙으로 끄트머리가 닿도록 강하게 때려. 두개골 안쪽까지 충격이 가야 되니까. 너무 세게는 말고.”


L은 그제야 S가 단순히 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야 돌았냐?”

“아니.”

“그럼 뭔데? 갑자기 왜 지랄이야?”

“아 좀 그냥 해주면 안 되냐?”


L은 신경질적으로 야구방망이를 내동댕이쳤다.


“어. 안 되겠는데?”


S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더니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L에게 따라오라며 자신이 원래 앉아 있던 계단 쪽으로 갔다. S가 먼저 앉았다. 따라온 L이 곁에 앉자마자 L이 묻기도 전에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너도 알잖아. 나 암기력 최악인 거. 그런데 이게 날이 갈수록 더 심해져. 아무래도 내가 나는 암기력이 나쁘다는 걸 자꾸만 의식해서인지, 뭘 외우려고 마음먹으면 그게 더 외워지질 않는 거야. 이건 더 중요하니까, 이건 꼭 시험에 나오니까 외워야 해-라고 마음을 먹으면 더 안 되는 거야. 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냥 도서관에서 무심코 소설 한 권 꺼내서 촤르륵 넘겨보는데, 문득 이렇게 눈으로 훑기만 해도 암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그러다 어쩌면 정말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봤는데, 이게 웬걸 정말 그런 사람이 있는 거야! 킴 피크! 이 사람은 1200권가량의 책을 외우고 있었는데 몇 페이지, 몇 번째 줄에 어떤 단어가 있는지까지 외우고 있었어! 나는 이 사람이 서번트 증후군 환자였다는 것도 알게 됐지.”


“너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서번트 증후군이 뭔지는 알아. 그들은 자폐증을 앓고 있었어.”


“그래. 좀 더 들어봐. 그래서 내 기억력을 그런 서번트 증후군 환자처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서번트 증후군이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으로도 나타난다는 걸 알게 됐어. 1979년 올란도 세렐은 왼쪽 머릴 야구공으로 얻어맞은 다음부터 계산능력이 상승했고, 어떤 사건이던 사진처럼 기억하는 기억력을 갖게 됐어. 비슷한 예가 많지는 않지만 꽤 있어. 아무튼 그들에겐 공통점이 존재했어. 모두 좌뇌가 손상되었다는 거야. 왼쪽 측두엽이지. 나는 그 뒤로 후천성 서번트와 관련한 연구를 샅샅이 살펴봤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억을 지우는 기능, 즉 망각을 좌뇌에서 담당한다더군. 그 부분에 손상을 입게 되면 이제 우뇌가 그 기능을 담당하는데 우뇌는 망각의 기능이 없어. 거기다 우뇌는 이야기를 꾸미고 기억을 지워대는 좌뇌와 다르지. 평소보다 정확하게 많은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숨겨진 재능이 표출되는 거야. 내 생각대로만 되면, 나는 뭐든 정확히 기억할 수 있게 될 거야. 어쩌면 부수적으로 다른 예술적 재능을 드러낼 수도 있겠지. 그래. 천재! 천재가 되는 거야!”


“너 진짜 제정신이 아니구나. 그래 네 말이 맞다 치자. 그럼 기억력을 얻는 대신 다른 걸 잃겠지. 그리고 네 말대로 좌뇌가 기억을 지우는 건 이유가 있어서야, 네 말처럼 그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뭐든 기억하는 게 뭐가 좋아? 쓰라리고 아프고 슬픈 기억까지 전부 남는다는 건데.”


“네 말도 맞지만, 당장 수능을 앞둔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난 다른 걸 잃더라도 기억력을 얻겠어.”


“자폐아가 돼서 정신병원에 갇힐 걸? 넌 의사가 아니라 환자가 되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잘만 맞으면, 네가 제대로 내가 표시한 곳을 맞추면 그렇게 심하지는 않을 거야. 심각한 두통 정도야 앓을 수 있겠지. 그런 사례가 있어. 가벼운 뇌진탕 정도야.”


L은 아무래도 S가 시험에 관한 스트레스로 정신이 반쯤 나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S는 물러서지 않았다.


“제발....... 내가 부탁할 사람은 너밖에 없어. 넌 내가 돌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니야. 날 봐 난

어느 때보다 정신이 말짱하고 또렷해. 이건 그냥 어설픈 미신이 아니야. 과학이야. 그래! 과학이라고! 수많은 증거가 있고, 나는 그런 증거를 일일이 확인했어. 이 엑스 표시! 이 위치! 이것도 마찬가지야. 충분히 숙고해서 표시한 거야. 네가 정확히 여길 맞춰주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어.”


“야!”


“눈 딱 감고 한 번 휘둘러줘. 내가 내 머릴 정확하게 칠 수는 없잖아? 거기다 두개골 내부까지 충격이 가려면 상당한 힘으로 휘둘러야 하는데 그건 더 어렵지. 진짜 제발 부탁이다! 나 진짜 많이 고민했어. 너 지난번 모의고사 나 5등 한 거 알지?”


“으응.”


“넌 내가 이런 거 연구하느라 공부를 제대로 안 한 줄 알겠지? 아니야. 평소보다 열심히 했어. 너랑 같이 하지 않은 건, 아무래도 공부는 혼자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랬던 거야. 그건 미안해. 하지만 성적은 보기 좋게 더 떨어졌지. 내가 말했잖아? 나 요즘 점점 더 암기를 못하겠다고.”


“그야 네가 부담을 갖고 그러니까........”


S가 대뜸 L의 말을 잘랐다.


“그래! 맞아! 씨발 거! 못해먹겠어! 못해먹겠다고! 공부고 대학이고 다 때려치우고 싶어! 5등 하니까 아빠, 엄마는 나를 인간 취급 안 하는 거 같더라....... 아무리 티를 안 내도 나는 알지. 형이랑 누나가 잘하니까 넌 이제 그 정도면 됐다는 거! 넌 그냥 뭘 하든 상관없다는 거! 다 안다고! 내가 형보다 수학은 훨씬 잘하는데 씨발! 그런데 암기가 안 되면 안 된다고! 1등 못한단 말이야!”


L은 잔뜩 흥분해서 퍼부어대는 S의 기세에 눌려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S는 분명 흥분하고 있었지만, 미친 것 같지는 않았다. 눈의 초점은 또렷했고, 굳게 다문 입술은 어떤 결의가 엿보였다. 충분히 숙고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S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성큼성큼 걸어가서 L이 집어던진 야구방망이를 주워왔다.


“자.”


L은 받지 않았다.


“야 안 받을 거면 그냥 가라. 나 혼자 하게.”

“뭐?”

“내가 알아서 한다고.”

“야!”

“하기 싫으면 마. 이건 비밀이다. 나중에 내가 암기를 잘하건 말건 그냥 비밀로 해달라고.”


제 머리를 때려서 조그만 표시를 맞추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L은 이대로 두면 S가 큰 사고라도 칠 것 같다는 마음에 그만 야구방망이를 받아 들었다. S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S가 얼른 뒤로 물러나더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살짝 틀었다. 잘 면도된 말끔한 두피 위로 선명한 X자가 보였다. 달빛이 밝아서 X자의 한쪽 끄트머리가 붉게 번진 것까지 보였다. L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S의 곁에 가서 섰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쟀다. 야구방망이를 뻗어 끄트머리가 X자 표시에 닿는지 확인하고는 자리에 멈춰 섰다. 타석에 오른 타자처럼 야구방망이를 두 손으로 쥐고 들어올렸다.


S가 L을 힐끔 보더니 고개를 슬쩍 끄덕이곤 눈을 감았다. L은 몇 번 X자 표시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천천히 휘둘러 방망이 끝이 표시에 분명히 닿는지 확인했다. L이 긴 한숨을 뱉어냈다.


“친다.”


S가 답했다.


“응.”


L은 힘껏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3.

L이 이야기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러니까 제가 실수라고 한 건, 아무래도 제대로 표시를 맞추지 못한 것 같다는 말이었어요.”


변호사와 형사들이 멍한 표정으로 L을 바라봤다. L은 신고를 하고 현장을 떠난 것에 관하여 우습게도 갑자기 집에서 연락이 와서라고 했다. 나름의 응급처치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119에 신고를 했는데, 갑자기 어디냐며 엄마에게 연락이 왔단다.


순간 당장의 상황설명이 곤란했던 L은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이라고 답했던 것이다. 그리곤 119도 불렀으니 S도 무사하리란 생각에 곧장 자리를 떠버렸던 것이다. 철없는 아이다운 행동이었다. 물론 L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S역시 철없는 아이였다.


L의 주장은 나름의 타당성이 있었다.


S는 발견 당시 야구방망이에 가격 당한 두부 좌측의 머리칼이 깨끗하게 면도되어 있었으며, 상처부위에 남아 있던 붉은 잉크 자국 역시 L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여전히 조사는 진행 중이며 L이 용의자란 사실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L의 주장을 완벽하게 뒤집을 만한 뚜렷한 증거나 정황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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