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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Dec 09. 2017

좋은 다큐들이 쏟아지고 있는 듯한데?

얼마나 좋은 다큐들이 근래에 나오고 있는지 데이터로 보기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9423


다큐멘터리란 장르의 매력을 처음 느끼게 해 준  <푸지에>가 EIDF(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이 2006년이었다. <푸지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몽골 소녀를 만날 수 있었던 다큐였지만, 사실 촬영 및 편집의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대단히 우수하다고 말하긴 힘들었다. 어떤 '발견'의 느낌이 강한 아름다운 다큐였다.


이 시기만 해도 꼭 영화 전공을 하지 않은 다큐 감독들도 많았다. 기자 출신의 감독이 만든 다큐는 뉴스 보도 화면을 보는 것 같고, 가정 주부 출신 감독이 가족들의 성형 수술을 다룬 감독의 다큐는 홈비디오 같기도 했다. 그때의 다큐멘터리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기보단 쉽게 접할 수 없는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채널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 이후로 매년 EIDF와 2016년 IDFA(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까지 다니다 보니 이 다큐멘터리 영화란 분야가 급속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작년 IDFA에 가서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흥미로운 소재일 뿐 아니라 촬영 및 편집 기술도 훌륭한 다큐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큐멘터리 분야에 뛰어드는 영화 전공자들도 많아지고, <Dream Empire>와 같이 영화 전공을 하지 않은 감독이 자기 컨텐츠로 촬영을 시작해도 후반부 작업은 전문 다큐 제작진들이 협업하여 퀄리티를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같이 근래에 더 좋은 다큐멘터리가 많이 나온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것을 좀 더 실제적으로 확인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좋은 다큐가 있나 하고 참고해보는 로튼토마토의 TOP 100 DOCUMENTARY MOVIES 페이지에서 예전에 비해 최근에 만들어진 다큐가 TOP 100 리스트에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것이 보였다.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발전이 반영된 단면이 아닐까 싶었다.

https://www.rottentomatoes.com/top/bestofrt/top_100_documentary_movies/


물론 로튼토마토의 TOP 100 DOCUMENTARY MOVIES의 리스트가 꼭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뜻한다고 볼 수는 없다. 로튼토마토의 평가 시스템 자체도 비판받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사소하더라도 어떤 정량화된 데이터를 보고 싶었던 나는 이 다큐멘터리의 TOP 100 리스트를 연도별로 봤을 때 얼마나 최근의 시기에 몰려있는지 궁금했다.

2017년 12월 6일의 TOP 100 DOCUMENTARY MOVIES 리스트를 기준으로 만들었다.

간단하게 그래프를 만들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2000년대 이후, 특히 2010년 이후의 다큐가 역시나 많았다. TOP 100 리스트의 가장 오래된 다큐는 1978년도 작품이었다. 확실히 근래에 좋은 작품이 쏟아진 것 같다는 생각은 들긴 했지만 좀 더 상대적인 비교를 해보기로 했다.

위의 그래프는 로튼토마토의 TOP 100 MOVIES OF ALL TIME, 모든 장르에서의 TOP 100 리스트를 연도별로 나타낸 그래프이다. 이 리스트는 가장 오래된 영화가 1920년이었지만 위 다큐멘터리 그래프와 비교하기 위해 1970년으로 잘랐다. 위의 그래프와 비교했을 때 최근의 시기에 쏠림이 덜하다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이 로튼토마토의 평가 시스템 특성상 최근에 나온 영화들이 아무래도 더 높은 평점을 받는 측면 역시 있는 것 같았다. 이는 최근의 영화들이 기술적으로나 영화적으로 더 발전해서일 수도 있고, 혹자는 로튼토마토가 2015년 판당고에 인수되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영화들에 대한 평이 극단적으로 엇갈려서라는 얘기도 한다. 로튼토마토의 평가 시스템에 최근의 영화들이 TOP 100 리스트에 오르기 유리한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한 듯했다.


그래서 이 두 데이터의 차이를 좀 더 극명하게 보기 위해 10년 단위로 끊어서 다시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192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데이터를 합치고, 2010년 이후는 2017년까지 데이터를 합쳤다.

이렇게 1920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단위로 보면 좀 더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TOP 100으로 꼽히는 다큐멘터리는 모든 장르에 비해선 확연히 근래로 올 수록 더 늘어난 것이 모든 장르 영화 그래프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는 느껴진다.

boxplot으로도 만들어 봤다. 좀 더 심플하게 비교해 볼 수 있다. 적어도 로튼토마토 평론가들이 평가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수작들은 전체 장르 영화에 비해선 근래에 급속히 등장했다는 근거가 될 수는 있겠다.




사실 로튼토마토의 TOP 100 리스트가 공식적인 좋은 영화의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위의 데이터와 그래프 역시 큰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빠르게 질적인 발전과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개인적인 느낌을 좀 더 정량적인 데이터로 볼 수 있었던 건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수 있는 경로 자체가 잘 없었다. 개봉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EIDF 같은 영화제를 통해서나 많은 다큐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국내엔 EBS에서 운영하는 DBOX 등의 플랫폼도 있어 훨씬 환경이 좋아졌음을 느낀다. 앞으로도 다큐멘터리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훌륭한 다큐 영화들의 속출을 반기고 고대해본다.

http://www.eidf.co.kr/dbox 



위 그래프들은 파이썬의 seaborn 라이브러리로 만들어졌습니다.

데이터는 https://www.rottentomatoes.com/top 의 2017년 12월 6일 기준으로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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