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oo의 가치

로컬을 좋아하고 브랜드를 소비하는 누군가의 생각

by 다채롭게



Episode 1. 가치소비의 시작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대학생이었을 때 나는 '어떤 상품이든 잘 팔리게 하는 마케터'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단순히 참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던 것 같다.


그러나 소비자학을 전공하면서 짧은 MBA과정과 경영학 수업을 함께 듣다 보니 고객의 니즈(저가격/고품질)와 기업의 이윤(고마진/저비용) 사이에는 비용과 품질의 간극이 있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팔고자 하는 것이 정말 ‘좋은 제품’인가에 대한 물음이 모든 생각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졸업 후 사회로 나가 어딘가에서 내가 하게 될 일이

좋지도 않은 제품을 그럴싸한 언어와 외관으로 포장하여 유인하는 것

은 뭔가 사기 같고 구차해 보이고

개인의 편의와 기업의 이익만을 좇으며 자연과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일

이라면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제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기준인 취향을 제외하고, 누구나 공통될 수 있도록 유해하지 않은 점을 기준 삼아 마케팅 전략 믹스 4P와 3C를 활용해 정리하고 보니 세상 이렇게 까다로울 수가 없었다.



당연하지만 일상에서 사용 중인 대부분의 제품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갖고 있었으며 어쩌다 좋은 점이 더 많은 제품은 이상하게도 얼마 못 가 사라지기 일쑤였다. 제품이 아닌 내 생활을 바꾸는 것 또한 시간과 비용이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래도 전보다는 실천하는 것도 많아지고 제품을 고르는 눈도 까다로워지면서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은 제품에만 적용해서는 안됨을 깨닫는 계기가 있었다.


기업의 불공정한 경쟁과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 환경오염 문제 등을 보면서 제품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기업 오너들의 비윤리적이고 상도덕을 해치는 행위가 뉴스에서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리더가 직접 제품을 만든 사람은 아니니까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리더가 저런 사람인데 과연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부 인격이 파탄난 인간들은 그래봐야 사람들은 우리한테 돈을 쓸 수밖에 없을거고, 나는 계속 잘 살 거란 식의 태도로 나오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기에 돈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다들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시기에 불매운동이 꽤 큰 영향력이 있었고 매출이 떨어지는 그래프가 후속 기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의 기준도 추가되었다. (아래 표)



그러나 이쯤 되면 누구나 예상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세상에 이런 제품과 회사가 있을까?

(스포일러. 알고 보니 있었다? 맨 마지막에..)


아무튼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기준(?)으로 이 제품 저 제품을 비교해 가며 지내던 중,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고자 해당 동물들에게 모델료를 지급하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여 문구류를 제작하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가 착한 기업을 표방하는 소셜벤처,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동안 사회 문제 해결은 NGO나 NPO에서만 하던 일이라고 생각하던 나로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기업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내가 만났던 이들은 조용하면서도 유쾌했고, 생각이 깊었으며 다정했다. 처음 만난 나에게 회사를 운영하면서 걱정하는 부분도 가감 없이 모두 얘기해 주었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그날 모임을 마치고 구매한 노트에는 차분한 진초록의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고래 3마리가 그려져 있었고, 소소한 금액으로 가치소비를 경험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출처] 제이드소사이어티 (https://www.scapeandscope.com)








*파타고니아 : 수백 개가 넘는 항목을 자체적인 기준으로 만들어 엄격하게 지키면서 여전히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으며, 이 회사의 기준은 추후 미국의 비콥 인증을 만드는 데 활용되었다. 파타고니아는 내게는 유니콘(비현실적으로 이상적인)같은 회사이기도 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실제 비콥 인증 절차를 진행/컨설팅했던 에피소드와 함께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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