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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Aug 09. 2022

Mozart, 터키행진곡

Piano Sonata No. 11, 3악장

Mozart, Piano Sonata No. 11 in A Major, K. 331 Turkish March


    터키행진곡으로 잘 알려진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입니다. 작품이 발표될 때 터키 행진곡이라는 의미는 없었지만 이 곡의 3악장에 "Alla Turca"라 적혀 있는 부분 때문에 터키행진곡으로 부제가 붙은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게 자연스럽잖아요? 대중이 기억하기 좋게 만드는 게 출판업자의 몫이니 그 역할은 톡톡히 한 것이지만 모차르트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당시 빈에서 유행하던 동양풍의 양식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며, 이 곡을 매우 대중적인 곡으로 만든다" - 레스너를 위한 피아노 명곡 연주 해석 - I. 음악세계 - 


    여전히 쌀쌀하면서도 조금씩 봄기운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던 4월 초.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5분 남짓한 짧은 길에 흐르는 곡이다. 그때 점심시간에 이 곡만 반복해서 돌리는 것 같았는데 너무 유명한 곡이고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던 곡이어서 그랬을까? 연주해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가 따스한 봄기운을 살짝 받으니 다음 레퍼토리를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날마다 듣는 곡을 연주해볼 수 있다면 그다지 재미없는 회사 안에서 나름대로 짧지만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 곡도 두 가지 버전의 악보가 있다. 간단히 구분하자면 꾸밈음으로 표기된 버전, 꾸밈음을 풀어놓은 버전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버전의 90%는 두 번째 꾸밈임을 풀어놓은 버전입니다. (아래 악보에서 첫 번째 악보) 


첫 번째가 연주 버전, 두 번째가 원전에 가까운 악보


    원전을 추구하고 싶지만 꾸밈음을 정확하게 표현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에 풀어놓은 버전으로 연습을 시작합니다. 클래식 곡에 유일한 악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악보를 그리던 시절의 유물들이 제대로 보존되었더라도 작곡자 본인은 과연 알아보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휘갈겨 쓰인 악보들은 그걸 사보 하는 출판업자들에게는 업자의 생각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출판업자의 무성의를 제외하고라도 악보의 원본이 명백하게 없거나(사망) 있는지 없는지 모르거나(실종) 있어도 정확히 읽어내기가 어려운 경우(손상) 등 수는 더 다양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악보일수록 원전에 가깝다고 추정할 뿐이지만 누가 알겠습니까? 악보를 찾다가 조금씩 다른 버전의 악보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결국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악보를 선택하겠지만 일반 대중은 IMSLP라도 들어가 등재된 악보를 열람해 보면서 내가 보고 있는 악보가 원전에 얼마나 가까운지, 원전을 찾을 수 없다면 어떤 변형된 악보가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으로 '음학'에 대한 학구열을 조금은 해소시키곤 합니다. 누가, 언제, 어느 출판사가 발행하였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는데, 물론 그 표현의 차이를 구분해서 연주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에 또 다른 흥미로운 음악가들의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악보 공부의 묘미인 듯합니다. 


    꾸밈음을 그대로 표현한 악보가 원전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겠지만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꾸밈음을 풀어놓은 악보는 단순히 꾸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풀어놓은 '연주 악보'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 연주 악보는 보편적으로 꾸밈음 표기 없이 16분 음표로 연결한 악보로 가독성이나 초견을 조금 편하게 해 줍니다. 하지만 꾸밈음을 명확하게 '꾸밈음'처럼 더 짧게 연주하는 연주도 분명 있고 18~19세기 모차르트의 꾸밈음을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대한 연구자들의 해석도 달리하고 있으니 어느 쪽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은 초보자에게 흥미로운 얘기로만 기억하고, 선호하는 쪽을 결정하고 음악을 즐기는 법을 찾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네요. 


    강박에 오는 짧은 앞 꾸밈음: 일반적으로 주음의 한 음 위에서 시작하나 3도 이상 옥타브로 뛰는 수도 있다. 앞꾸임음이 강박(on the beat)에서 시작할 때는 꾸밈음의 길이가 주음의 박자에 포함되어 그만큼 주음의 길이가 짧아진다. 이때 꾸밈음에는 악센트를 붙이고 주음은 부드럽게 연주한다. [피아노 연주와 교수법 중에서 모차르트의 꾸밈음 해설 부분 / 송정이 / 음악춘추사] 


곡 전체에서 난이도 Top 3을 꼽아본다.

Top1 : 2 주제 33~56마디의 16분 음표의 물 흘러가는 연주

귀에 익은 1 주제에 올라온 흥을 잃지 않고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려면 2 주제의 물 흐르는 듯한 연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스터치가 나오면 분위기가 깨지고 박자가 흔들려도 긴장감과 상쾌함이 사라져 버리게 되니 오른손은 멜로디에 익숙해지고 손가락이 꼬이지 않도록 악보를 보고 읽기보다 자동 연주가 될 때까지 반복해야 할 수밖에 없다. 백 번만 하자. 안되면 백 번 더. 손을 높이 들어 정확한 위치를 때리 듯 눌러주는 방법 등 동작을 크게 하면 기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중간중간 1번 손가락 앞으로 4, 5번 손가락을 옮겨야 하는 짧은 도약도 있는데 16분 음표의 속도를 유지한 채 해야 하기에 '티가 나지 않는' 도약 연습도 역시 반복뿐이다. 속도 연습의 기본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틀리지 않는 속도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높여가는 것이다. 마음이 앞서가면 안 된다는 걸 연습하면서 또다시 깨닫는다.


2 주제


Top2 : 화려한 코다

왼손 오른손 꾸밈음들의 대환장 잔치가 폭죽 터지듯 벌어지는데 화음까지 명징하게 눌러줘야 한다. 절정으로 내닫고 화려한 마무리가 되어야 깔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어느 곡이든 도입부를 열심히 연습하다가 뒤로 갈수록 연습 시간이 줄어드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 게을러져서 곡이 얼버무리듯 끝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른손 화음의 음표 2박/1박 길이, 힘차게 때려줘야 할 때와 스타카토가 없는 첫 음 등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부분들도 챙겨봐야 할 부분이다. 각 마디마디를 보면 어렵지 않으나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곡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로 고조되어야 하니 산만해지지 않고 매끄러운 연결도 포인트다. 


Top 3 : 1 주제 뭉개지지 않도록 하기

1부의 에피소드 부분 (25~32마디)에서 왼손의 꾸밈음이 뭉개지지 않도록 빠르면서도 하나하나 정확히 짚어야 한다. 이 부분의 음이 뭉개지거나 박자가 늘어지면 지금까지의 신나게 올라온 흥이 깨져버리는 것 같다. 왼손은 손가락 하나하나를 충분히 들어 올려주고 오른손도 손가락 간격의 흔들림으로 미스터치가 없도록 처음에는 힘을 꽉! 주고 연습하면서 차차 힘을 풀어가는 게 도움이 된다. 이 부분은 군악대 행진 열에 있는 드럼 소리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연습하는데 좀 더 신날 것 같다.


    곡의 길이는 대략 3분 내외이지만 굴드는 4분대로 연주하기도 하고 랑랑은 장난기스럽게 2분 초반대로 연주한 곡이 검색어 상위에 올라있다. 이 곡이 대체로 빠르게 (Allegretto) 연주해야 할 곡이지만 속도를 빠르게 하면 분명 신나는 곡이기 때문에 다들 속도전에 열을 올리게 만드는 멋진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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