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즐긴다는 독

잘 생각해 봐라, 그런 정신으로 발전할 수 있겠나?

by KayYu

연습의 목적은 내가 음악에 좀 더 가까이 있구나. 그래서 귀로 눈으로 손으로 온몸으로 느낄 수 있구나. 이 기분이 좋아서, 그때의 만족감이 좋아서 그리고 나를 더 잘 알고 싶어 연습한다.


한 동안 '과정의 즐거움'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하지만 그건 독이었다. 독! 회사에서도 여러 일을 진행하면서 절실함이 느슨해지고 이쁘게 포장된 '과정의 즐거움'에 빠져 버리면 사실상 그건 실패 선언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물론 면면의 프로젝트들이 규모가 있었기에 나 혼자 시작을 결정할 수도, 종결을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과정의 즐거움으로 만족해하는 상태는 소소한 노력과 봉사면 충분했고 결과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일부러 무관심한 정체된 상태의 다른 표현일 뿐이었다. 시작하고 중단하고 버리고 또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시간은 흘러갔지만 남은 성과는 없었다. 즐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먹고사는 회사일인데도...


과정 그 자체의 즐거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나의 존재감일 뿐이다. 그 사실 자체만 보면 꽤나 긍정적이라고 위안을 가질 수 있겠다. 과정을 통해 배우는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미세하게 쪼개어 수련해 나가는 과정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라는 희망도 내려준다. 익숙해져 가는 맛에 의미를 부여했고 즐거움을 얻었다. 그런데 그렇게만 세상을 살아간다면... 과정의 즐거움은 조금 밖으로 밀어내어보고 이제는 성취의 즐거움으로 가보려고 한다.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아 과정의 즐거움에만 머물고 있으면 나는 일 년 뒤에도 십 년 뒤에도 그놈의 과정의 즐거움만 누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아노 연습에 어려운 부분에 부딪히면 자꾸 이 '과정의 즐거움'이 떠오른다. 이 정도면 됐지, 하다 보면 되겠지, 과정을 즐기자고 라는 생각이 문 밖에서 빼꼼히 쳐다보고 있다. 이래서야 어느 한 곡도 제대로 완성해 낼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과정의 즐거움이 사실상 '무작정'이었다면 성취의 즐거움은 '제대로'로 가는 길이라는 걸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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