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A는 계속하여 낙방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인생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중학생 B는 학급 내 따돌림으로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둘 중 누가 더 불행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살아온 세계를 바탕으로 재편하여 타인의 삶을 해석해보려 합니다. 그럭저럭 견딜만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이라면, 스스로 칼을 대어 아물지 않은 상처가 가득한 B의 손목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취업 스트레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라면, 매일 밤 푸르스름한 색의 알약을 두 알 먹고 억지로 잠을 청해야만 하는 A의 일상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한없이 시야가 좁은 동물입니다. 세상 모든 이치들을 자신의 편견 어린 시각으로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항상 자신의 세계를 기준점으로 하여 타인의 세계를 평가하고 잣대를 들이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면 다 똑같이 우울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누군가의 인생은 나보다 조금 더 빛나 보이고, 누군가의 인생은 나보다 더 불행의 독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서로를 비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존재인가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부분들을 많이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불행의 척도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으며 타인과 비교될 수 없습니다. A의 불행은 48점이고 B의 불행은 57점, 이렇게 정량적으로 딱딱 측정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살아가며 인간이 경멸스럽게 느껴진 순간들은 대체로 누군가 타인의 불행을 얕잡아 보았을 때였습니다. 누군가의 불행은 다른 누군가의 불행과 비교될 수 없습니다. 화려함과 풍요로 가득해 보이는 삶이 실은 절망과 죽음으로 얼룩진 삶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날을 세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것이 숫자와 서열로 나타내지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그 속을 이루는 하나하나 인간의 내밀한 감정들은 숫자로만 형용될 수 있는 개념들이 아닙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라 해도 타인의 다른 세계를 완전히 헤아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많이 깨우친 사람이 되고자 해야합니다. 똑똑한 사람보다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