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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Jun 09. 2021

그만두던 지점을 넘어 봤으면 좋겠어요

2021.06.07.

오늘도 퇴근 뒤에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런데 수업이 끝난 뒤에 요가 선생님내게 다가오셨다.


혹시 목이 불편해요?”


“어… 네? 네….”


그럼 잠깐 남아 봐요.   풀어 줄게요.”


왜 또 나머지 공부죠…???

여긴 원래 이렇게 후한가?

재결제 하게 하려고 이렇게까지 관리하시는 거예요???


하지만 뭉친  풀어 준다는데 당연히 받아야지. 테라피실에 들어가 누웠다. 선생님이 목을 꾹꾹 눌러서 풀어주시는데 엄청 팠다. 비명도 지를  을 정도로. 선생님은 내게 드문드문 질문을 던지셨다.


무슨 운동 해봤어요? 운동 제일 길게    언제예요?”


요가, 필라테스, 헬스 했고맨날  개월쯤 하다 그만뒀어요. 그래도 지난번에 헬스는 육 개월쯤   같아요.”


목 풀기가 끝났는데 뭐가 또 있었다.

상담실로 들어와 앉으란다.


아니 왜 또…???


선생님은 내게 요즘 몸 상태가 어떤지 묻더니 갑자기 본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제가 운동 처음   얘기해 줬어요? 운동을 하면 몸상태가 점점 좋아지긴 하는데요,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괜찮아지다가  떨어지고, 거기서 계속하면  올라갔다가  어느 순간  떨어지고,  계속하면  올라가는 식이거든요.


저는 몸상태가 떨어지는 순간마다 운동을  개월씩 멈췄어요. 처음에는 헬스를 가면   시간씩 해야지 하면서 했거든요. 몸상태가  좋을   시간까지   없으니까 매번 끊긴 거죠.


그런데 어느 , 몸상태가  떨어졌을 , 그냥 헬스장에 가서 십오 분만 걷다 와 보자 싶었어요. 일주일 동안 십오 분씩만 걸었다니 몸상태가 바로  올라가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지금까지 십팔 년간 항상 일주일에   이상 운동하면서 살았어요. 어느  그렇게 결심한 다음부터는 멈추지 않고  운동하고 있어요.


석경 씨는 되게 진중해요. 일단 한다 하면 엄청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에너지가 있더라고. 엄청난 장점이에요. 그런데 그걸 삼 개월, 이런 식으로 정해둔 선까지만 하고  끝내 버리는  같아.


운동뿐 아니라 다른 데서도 왠지 그랬을  같아요. 일이든 인간관계든. 뭐든 하면 제대로 하지만, 정해둔 정도 이상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한번   곳을 목표로 바라보고,  그만두던 지점을 넘어 봤으면 좋겠어요. 운동이든 다른 거든. 요가가 닌 다른 운동이라도 좋아요.


저는 헬스 하다가 이종격투기도 하고, 필라테스도 하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요가로 왔거든요. 운동 하나를 제대로  보면 그다음에 다른 운동을 해도 금방금방 포인트를 알고 즐길  있어요. 하나  하고, 그다음에 다른  여러 가지 하면서 즐겼으면 좋겠어요. 젊잖아.”


이쯤 되니까 여기 선생님들이 자꾸 나를 따로 불러내서 나머지 공부시키는 이유가 뭔지   같았다. 교수님에게 눈도장 찍힌 학부생 같은 거였구나오늘 들은 말에는 영업도 쪼끔 섞여 있겠지만 은근 정확해서 찔리는 데가 있었다.


사람이든, 일이든, 취미든 뭔가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질까 봐 무서워했다. 잘못 엮였다가 평생 떨쳐내지 못할까 봐 무서웠다.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빠져들기 전에 발을 뺐다. 그래서 항상  하다 마는 식이었다. 근데 운동하는 모습만으로도 티가 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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