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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Mar 09. 2022

[영화 감상문] 미나리, 정이삭

인과가 어설픈 것이 정말로 우리네 삶 같다

색과 조명을 정말 잘 썼다. 생동감이 있어야 할 순간과 아닌 순간이 확실히 구분된다.
지나치는 인물들 구성이 디테일이 있다. 사연 없는 무덤은 없다는 느낌이다.

헛간을 태우다


헛간이 불타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작품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낸 것 같다

차에서 절대 나오지 말라면서 채소 상자를 향해 달려가는 남편, 연기가 자욱하지만 남편을 따라 채소를 나르다 쓰러지는 아내.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아내를 찾지만 연기 때문에 잘 찾지 못하는 남편.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할머니. 동생에게 차에서 절대 나오지 말라면서 나가는 누나. 물가로 가는 할머니에게 달려가는 동생.


원인과 결과가,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농사를 성공적으로 지어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자 했던 남편은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가족을 떠나보내려 했다. 수단에 목적이 잠식되어 버린 것이다.

아내의 캐릭터 플롯이 두 번 꼬여서 입체적으로 변한 것 같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요즘 시대상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 오히려 정론이다. 하지만 아내는 오히려 이전 시대의 지고지순한 선택을 내렸다. 변화와 탈출을 꾀하는 남편과도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서양의 할머니를 상상하는 동양의 아이 앞에 나타난 동양의 할머니. 거울을 본 적이 없는, 자신을 백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으면서 거위를 깔보는 거위의 느낌이 아닐까.


알칸소 방식이란 무엇일지..

하느님보다는 하느님을 믿는 나를 믿는 것 같은 폴 할아버지. 십자가를 짊어진 고행길은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로 생각한다는 것에 대한 명징한 시각화가 아닐지. 내가 기도해주면 다 잘될 거야 라는 마음도 하느님에 대한 신앙심이라기보다는 기도하는 자신의 권능에 대한 맹신인 것 같다.

폴 또한 수단에 목적이 가려진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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