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가 마모되어 바꿔야 할 시점이 되었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고 하기에 부랴부랴 알아보고 타이어를 교환해야 하는 시간 동안 혼자 점심을 먹어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먼저 주위를 돌아보니 여러 종류의 식당가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혼밥이 유행조차 안 하던 시절에도 먹고 싶으면 겁 없이 들어가서 밥을 먹던 나이었기에 지금의 혼밥도 내겐 낯선 풍경의 나도 아니어서 천천히 하나씩 오늘 먹을 메뉴를 고르다가 쨤뽕과 초밥을 고민했으나 결국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고민 없이 식당에 혼자 쓱 가서 "자리 있나요?" 하니 혼자 오신 분은 창가 자리밖에 자리를 내 드릴 수 없다고 하기에 알았다고 하고 자리에 앉았다.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기다리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식사가 와서 상 위에 올려진 순간부터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식사에 늘 집중하려고 하는 편인데 샐러드와 장국을 먹는 순간 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국과 샐러드인 게 반갑고 맛있어서 그때부터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혹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을 거다. 너 참 단순하다고... 점심 한 끼에 이렇게 감동할 수 있기도 하냐고 되물을 수 도 있을 거다. 그래 안다. 나도 내 성향이 이런 거.. 그렇지만 나이 먹을수록 복잡하고 머리 아픈 거에 미리부터 손사래부터 치는 걸 보면 행복이 그리 멀리 거창하게 있지 않다는 건 충분히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모를 때 느끼는 행복의 감동과 기쁨이 헷갈리던 시절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나는 한식 마니아라 주로 한식을 먹지만 아이가 초밥 마니아라 아이랑 주로 초밥을 먹으러 다녔지만 아이 없이 혼자 가서 먹는 점심은 사실 맛있기가 힘들다. 내 앞에 사랑하는 아이가 없이 나 혼자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맛이 없을 수 도 있는 건데 이 날 점심은 유독 맛있었다. 창가 자리 여러 곳엔 우리 식당 음식이 맛있다고 "SNS에 올려주신 분들께는 음료수를 드려요!"라고 광고되어있었지만 해시태그도 없이 이렇게 맛있다고 말해주는 나 같은 손님은 식당 주인 입장에선 아쉬우실 수 있겠지만 그날 제가 혼자서 용감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먹은 점심은 행복 같은 행운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내내 같이 와서 먹으면 좋아할 아이 생각에 좋았고 엄마가 먼저 먹어봤는데 맛집이야~ 하고 데려갈 수 있어서 기뻤다. 그래서 이 날 먹은 점심은 행복이었고 행운이었다. 이런 하루를 선물 받아서 기쁘고 좋았다. 타이어를 몇 년 뒤에 또 갈게 될지는 몰라도 이 날 나 혼자 누린 자유스러운 호사가 두고두고 기억에 날것 예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