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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몰입

몰입이라는 힘에 대해...

by 홍지승

무언가에 미쳐 본다는 것은...


당신은 살면서 어떤 일에 미쳐본 경험이 있습니까?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그 어떤 일에 미쳐본 사람만이 아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치는 어디까지일까?

나는 한 번도 내가 어떤 일에 미쳐보기 전까지 스스로 너무나 평범하다는 자기 생각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기에 '발레'라는 춤을 만나기 전 까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었다.

처음으로 갔던 발레 스튜디오에서 발레 바를 잡고 맨 얼굴의 타이즈를 입은 나를 봤을 때의 당혹감 같은 건 둘째 치더라도 연습실의 차가운 공기와 나무 바닥의 딱딱함 같은 질감의 느낌이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그 느낌만은 선명히 기억나는 걸 보면 발레를 배우기 이전의 삶과 배우고 난 뒤의 삶의 궤적은 분명 명확한 사이즈와 온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발레를 배우기 전은 어쩌면 대부분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삶이 주로 이어진 편이라면 발레를 배운 이후에는 실수를 용납하기 전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잠을 못 이 룰 정도의 강박에 시달린 경험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프로 발레단에 입단한 것도 아니었는데 늘 그렇게 강박 그 이상의 강박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남들이 보면 왜 저래? 하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하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을 정도는 아닐지라도 스스로는 매 순간에 그렇게 진지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을 만큼 진심이었던 그런 때가 내게도 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 늘 못 따라주는 심정의 자괴감도 보너스로 가지고 살면서 가끔은 글 쓰는 일은 업으로 하는 것에 관해 좀 더 춤을 잘 추었다면 책을 보지 않고 춤을 추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 보면 자격지심 또한 없어지지 않은 마음의 그늘 같은 건 아니었나? 싶었다.

예중, 예고를 나와 대학을 무용학과로 진학하는 경우를 보면 어쩌면 우리 세계의 엘리트 친구들이었던 탓에 일찍 시작 못한 준비되지 않은 자신을 책망해 봐도 이미 세월은 흐른 뒤이었고 지난 세월만을 두고 이야기하기엔 많은 것들이 아쉬웠으므로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이 적합하기란 쉽지 않았던 시절 그래도 늘 도서관에서 예술잡지를 보면서 당시에 가장 유명했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의 소식을 잡지에서 보기만 해도 신기해서 바로 복사하러 가기도 바빴던 그 마음의 출렁거림은 언제나 초심의 마음으로 기억해도 아깝지가 않았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예술이 대중문화가 보편화가 된 사회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사업으로 각광받던 시절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예체능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남들에게 첫 만남에서 무슨 일을 하시냐고 인사처럼 물어보면 그 대답조차 쉽지 않았고 당시엔 예체능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좋게 비친다기보다는 부모님이 돈 많이 쓰셨겠네요?라는 가끔은 그런 비아냥거림이 있을 정도의 불편함을 참고 이야기를 이어가며 그런 대화들이 오고 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엔 세월이 흐르면 지금과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다.

지금은 추억 속의 사이트로 사라진 싸이월드 사이트에는 나는 3000개 이상의 글을 써 놓은 적이 있다. 처음엔 그 사이트가 없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 또한 그 당시 써 놓은 그 많은 글들을 보관해두지 않아서 속상했던 마음 또한 여전히 속상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글을 썼던 순간들 덕분에 조금씩 필력이 나아졌을 것이니 그저 억울해만 하지 않게 되었고 가장 큰 위안이 된 건 그 시간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그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 정말 슬펐을 텐데...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매일 이곳저곳에 그리고 그 사이트에 글을 쓸 때만큼의 가졌던 진지함과 진실함이 조금이라도 기억될 때마다 덜 억울해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대로 연습실의 차가운 공기와 딱딱한 마룻바닥의 냉랭함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나는 춤추는 일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춤을 보면서 받았던 위로, 그 춤을 통해 성장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같이 성장했고 다른 그 어떤 일을 해도 춤을 추면서 배운 여러 가지들을 통해 인사성은 기본이요, 미움받지 않을 만큼의 빠릿빠릿함과 민첩함과 겸비하게 되었고 칼처럼 지키게 된 시간 약속은 나 자신의 큰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몰입의 힘


당신은 무엇인가에 진심으로 홀릭해서 빠져본 적이 있나요?라는 글의 주제는 진심으로 어떤 일에 미쳐본 사람만이 아는 희열과 열정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랑도 사랑을 사랑을 해 본 사람만이 아는 짜릿함과 공감을 두고 쓴 글이고 냉정이든 열정이든 그 무슨 감정이든 깊게 빠져 본 사람만이 아는 절정의 감정이라고 그 말을 하고 싶었다.

그 어떤 일이든 간에 미쳐보았고, 빠져보았고, 그 감정에 허우적대본 사람만이 아는 그 절절한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내가 한때 미쳤었고, 내가 한때 내 인생을 걸어도 아깝지 않은 하나의 키워드가 나는 '발레라는 춤'이었고 한때 그렇게 미쳐있었던 몰입의 힘 덕분에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서도 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그 어떤 예술보다 강력한 그 세계에 대한 확신과 공감이 나만 혼자 간직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힘도 없고 남들도 알아주지 않는 작가일지라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라도 씩씩하게 가고픈 그 간절함이 내 마음자리 한편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매일같이 글을 쓴다.

그 어떤 일이든, 그 어떤 이에게 주었던 마음이든 나누지 않고 가지고만 사는 그 쓸모없음 보다는 부딪쳐서 깨지고 배우는 희열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큰 경험이고 넘어져 봐야 넘어지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레짐작하고 사는 삶이 더 지루하고 루즈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심하며 산다고..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무조건 감기에 걸리지 않는 아프지 않은 삶이 정답은 아니다. 삶은 수많은 예측불허의 지도안에 인간에게 수많은 시험을 걸어온다.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기를.. 그때마다 한 수 배웠다고 하면서 잘 넘어가기를.. 그래서 그때마다 배운 하나 둘의 지혜 또한 저마다의 마음에 간직하기를.. 그래서 어느 날 그 모든 경험이 응축되어 더없이 빛나는 당신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읽는 당신께 내가 겪었던 그 절정의 몰입을 기억하며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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