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 부럽지 않은 나이

이직의 흔들림과 퇴사의 두려움 앞에 조용히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by 블루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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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근속연수가 9년차다. 지금 회사에 오기까지 여러 회사를 거쳤고, 가장 오래 근무한 곳이 3년이었다. 그때도 '내가 어떻게 3년이나 한 회사에 있을 수 있었지?' 하며 대견함과 시간의 빠름에 감격했는데, 지금은 9년째다.


2017년 현재 회사 입사 전 잠깐의 공백기가 있었다. 그때 소속감과 울타리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히 느꼈다. 불안함과 불투명함 사이로 시간이 흘러가며 초조함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결국 기업의 크기와 규모는 내 입사에 중요한 조건이 되지 않았고, 그렇게 만난 곳이 지금의 회사다.


지금 회사를 다니며 아이 둘을 낳았고 이사도 3번이나 했다. 많은 입사자와 퇴사자를 지켜봤고, 현재 나는 팀장보다도 연차가 높다. 무직에 아이 둘 아빠, 무주택자였던 나를 하나하나 끌어올려준 이 회사에 불평불만보다는 감사함이 더 크다.


퇴근 후 회식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게 회사 욕이다. 9년 넘게 들어보니 남는 것도 없고, 불만이 많은 사람들도 결국 푸념만 쏟아낼 뿐 정작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 그들의 말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도 많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내가 9년차가 되면서, 9년 전 관리자급들의 행보가 화두다. 전출을 보내기도 하고 퇴사를 권유하기도 하는 여러 상황들을 듣는다. 입사 초기 팀에 있던 직원이 4년 정도 다니다 이직했다. 능력 있는 친구였고 성격도 꽤 쾌활해서, 데려가는 회사는 분명히 득을 볼 거라 확신했다. 최근 그 친구 소식을 들었는데 업계 대기업에 이직했고, 같이 있던 팀장이 입김을 좀 넣은 것 같다. 그리고 결혼 소식까지. 그 친구를 아는 현재 팀원들은 뭔지 모를 패배감에 휩싸였다. 그 친구가 퇴사한 회사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펐던 것 같다. 각자 가는 길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니 우리는 우리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내용으로 다독였다.


주변에서는 '이직 막차'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직의 레이스는 끝났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열이 늦게 오르는 타입이다. 본격적으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회사에서 나를 활용할 날이 얼마 남지 않는다.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직생활을 마쳐야 하는데, 내 선택은 자의로 홀로서기를 하는게 더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 시작한 것이 글쓰기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과 글쓰기가 조합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 생각했다. 개인이든 서비스든 브랜드가 되어야 스스로 일어설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9년 다닌 회사라서 업무가 익숙해, 틈틈이 필요한 것들을 수집하고 독서량도 늘리고 있다. 그래서 주변의 이직 소식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작고 소소하지만 준비하고 대비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퇴사라는 큰 파도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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