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나는 얼마나 나를 알고 있는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학창 시절에는 무어라도 잘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는 운동을 좋아해서 매일 농구를 했지만 특출 나지는 않았다. 공부는 그래도 잘하는 편이었지만 고2 때부터 심리적인 방황으로 그마저도 평범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줄곧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어쩌다 외국에서 살아본 정도가 눈에 띄는 이력이랄까. 자유로움을 추구하다 보니 어느새 나의 밥벌이를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었고, 취업을 하려고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했다.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쓰는 자기소개서를 들여다보기 전엔 나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기억이 없다. 물론 꿈에 대해서는 생각했고 고민도 종종했지만, 쓸데없는 고민이었을 뿐 진지하게 나를 파고드는 자아 탐색은 없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부터 내가 도전적인 사람일까, 내 장점은 무엇일까 등, 그 어느 시험 문제보다도 어려운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소위 포장용 답변을 주섬주섬 쓰긴 했으나, 진지하게 나란 사람을 탐구하진 못했다.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음식 쪽으로 가면 좀 쉽다. 피자, 잡채, 불고기,... 등.. 취미로 가면 운동이라고 바로 답할 수 있다. 요즘 헬스장에 꾸준히 출석도장을 찍고 있다거나 책을 좋아한다라든지..
그러고 나서 좀 더 내밀한 부분을 살펴보았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는지, 내 친구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등. 여기서는 좀 더 솔직해져야 했다. 평소 나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다. 왜 그게 필요한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나 자신을 모른다면 내 인생을 백 퍼센트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떤 새 가전제품을 샀을 때,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는 편이다. 이유 없는 자신감과 귀찮음 때문이다. 결국, 그 가전제품의 숨겨진 기능을 뒤늦게 발견하거나 혹은 발견하지 못하고 마는 일이 벌어진다. 나 자신을 파악하고자 작정한 이유이다. 좀 더 나를 잘 알아야 내 삶을 통제할 수 있고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나를 알아야 관계 형성도 수월해질 것이다. 나를 파악하는 데 대충이란 있을 수 없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잠시 시간을 내 나에 대해 생각하고 파악하며 기록해야겠다.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목적을 갖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