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30년 넘게 살았지만
서울을 잘 모른다
요즘들어 시내를 혼자 걸으며
재미를 찾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매끄럽고 높은 빌딩을 사이에서
이상할 정도로 낡은 건물
심지어 반 정도는 부숴졌는데
상가는 영업을 하고 있다거나
무너지기 직전의 낡아빠진 건물인데
1층에는 새로 입점한 상가들이
바글바글한
(그중에는 '한국라면전문점'이라는
생소한 간판까지 있는)
어찌보면 부조화스러운 풍경들이다
도시개발사와
거기 살던 사람들의 사연을 쫓아보면
이치에 맞는 풍경이겠지만
우연히 만난다면
평소 걷던길에서 열걸음만 벗어나도
동화가 펼쳐지던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좋다
오늘은 걷다걷다 우연히
명동성당을 발견했다
명동성당 위치도 몰랐던 것이다
그곳에서 진심어린 기도를 했다
신기한 풍경이 없어도
같은 길을 매일 걸어도
마음이 가득 차는
그런 산책을 하게 해달라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간절했으나
내용 자체는 세속적인 기도였기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실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보니
마리아께서 미소짓고 계셨다